1.모자람의 행복
가끔 아내가 식사시간 때에 집에 없으면 혼자 음식을 꺼내놓고 밥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밥에 물을 말아서 김치 하나만 놓고는 손으로 쭉 찢어서 밥위에 얹고는 한입 먹어 보았습니다.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먹을 것이 있어서 감사했고 그것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한끼한끼의 식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먹을 간식이 없어서 산에서 메나 칡을 캐먹고 이름도 모르는 까만 열매를 따먹다가 입주변이 까맣게 된 일, 가을이면 논에 나가 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댓병가득이 메뚜기를 잡던지 아니면 강아지풀에 메뚜기를 꿰여 몇 꾸러미 들고 집에 와서는 솥에 넣어 불을 지피면 메뚜기들이 튀는 따닥따닥 소리와 함께 맛있는 간식으로 변해가는 장면들, 늦가을 들녘에 있는 콩을 서리해서 모닥불에서 구워먹다가 입주변이 시커멓게 되었던 일, 동네에 찾아오는 엿장수의 가위소리에 반해 너무너무 엿이 먹고 싶어서 집안의 모든 문짝의 경칩에 박혀 있는 못을 네 개중 두 개씩 빼서 엿 바꿔 먹다가 나중에 문이 떨어져 난리가 난일, 그것도 모자라 전기 줄로 되어 있는 빨래 줄을 다 걷어서 불에 한번 집어넣으면 겉껍질은 다 타고 속에 구리랑 철사 같은 것이 남았을 때 그건 엿가락 몇 개정도는 충분이 먹을 수 있는 보물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곤 그날 저녁 부모님께 몇 대 얻어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불량식품이지만 삼각 비닐 봉지에 색깔들인 물이 들어있는 것을 빨아 먹고 다녔던 일, 그러다가 아이스케키 하나 먹는 날이면 정말 황홀했었습니다. 소풍 때 단무지 넣은 김밥 한줄과 종이에 접어 싸준 깨소금 한 봉지, 찐 계란 하나, 그리고 칠성 사이다 한 병이면 천하에 부러울 것 없었던 그런 시간도 있었습니다. 내 생애에 가장 황홀했던 순간은 어느 날 석쇠에 소금 뿌려 구운 꽁치 한 마리를 구워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일인당 한 마리가 돌아온 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저녁상이었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랄 때 모든 것이 감사했고 행복했고 달콤했었습니다. 모자람은 모든 음식을 맛나게 만들어주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모자람은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고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모자라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채워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모자라는 자신을 발견하면 채워질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서 모자람은 행복한 조건이 되는가 봅니다

2.세잎클로버와 네잎 클로버
제가 가지고 다니는 성경책 사이엔 언젠가 교우 한 분이 주신 코팅된 네 잎 클로버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별 생각없이 성경책 사이에 넣고 다니다가 몇 일전에는 문득 성경과 네잎 클로버가 어울리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갖고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합니다. 이 꽃말의 유래는 나폴레옹이 전쟁중에 우연히 발밑에 흔히 보기 어려운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는 그 네잎 클로버를 따기위해 허리를 굽히는 순간 그의 머리위로 총알이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거죠. 이런 꽃말을 생각하다가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은총을 과연 행운이라는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네잎 클로버와는 달리 흔히 널려있는 세잎 클로버의 꽃말을 알면서 눈이 확 뜨여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뜻밖에 ‘행복’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대박을 터트리는 매직같은 행운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방황하며 이곳 저곳을 헤메고 다니는가하면 행복을 원하는 사람은 아주 가까이서 그리고 아주 평범한 데서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자리,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지금 곁에 있는 가족들,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지금 맡고 있는 사역들, 지금의 환경, 지금의 나이, 소유...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라는 희귀한 것이라기 보다는 언제나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조건들이라고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따기 위해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의 세잎 클로버를 무참하게 밟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까운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행운은 찾게 된다하더라도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연복님의 시 가운데 이런 고백이 있습니다. “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 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 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 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이 시처럼 가까운 행복의 조건들을 밀쳐두고 행운을 향한 헛된 갈망을 꿈꾸었던 어리석음을 반성해 보면서 성경책안에 꽂혀있던 네잎 클로버를 꺼내어 조용히 책상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꽃반지 정도로 피어나도 행복한 세잎 클로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때 그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것임을 깨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그것을 꺼내 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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