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무려 49.2인치 물폭탄 … 본토 강수량 신기록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열대성 폭풍으로 위력이 약화되면서 오히려 이동 속도를 늦춘 채 폭우를 집중적으로 쏟아 붓고 있어 이 지역의 홍수 피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휴스턴과 인근 지역에는 지난 주말부터 6일째 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상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린 강수량이 무려 49.2인치(1.25미터)에 달해 미 역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냈다. 해당 기간 미 본토의 역대 최대 강수량은 지난 1978년에 기록된 48인치였다. 설상가상으로 휴스턴 남쪽에 있는 컬럼비아 레익의 제방이 붕괴돼 주민들에 대한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지고 휴스턴이 속한 해리슨 카운티의 댐이 넘치면서 당국이 댐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는 등 이 지역은 엄청난 폭우와 범람으로 거의 수중도시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650만 명으로 미국 4대 도시인 휴스턴 곳곳에서는 단층 주택의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1,700평방마일 면적에서 약 10만 채의 주택과 건물이 물에 잠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29일 LA타임스가 전했다. 이로 인해 십수만의 수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휴스턴의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임시보호소에는 수용 인원의 2배 가까운 9,000여 명의 주민이 수용됐고, 물난리를 피해 대피한 주민들은 휴스턴에서 북쪽으로 약 250마일 떨어진 달라스와 서쪽으로 약 160마일 거리의 오스틴에 설치된 보호소까지 각각 8,000여 명과 7,000여 명이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추가로 1만 명의 피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 마련을 위한 재정 지원을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요청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휴스턴 경찰국 소속 경찰관 한 명이 불어난 물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찰차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29일 현재 폭우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늘어났다. 연방 정부는 주민 구조를 위해 군 병력 투입을 늘렸으며, 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집결해 구호를 돕고 있다. 그러나 하비가 앞으로도 더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관측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하비가 열대성 폭풍으로 모습을 바꾸고 이동 속도를 늦추면서 오는 31일까지 텍사스 해안 북부와 루이지애나 남서부에 걸쳐 추가로 6~12인치의 비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12년 전인 2005년 1,836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기억하는 루이지애나주 당국과 주민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와 오스틴을 잇따라 방문해 재난 당국자들을 격려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재난지역인 휴스턴은 구호와 복구 활동이 한창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문하지 않았다. 

피해액 최대 1000억 달러 대 추정
1970년 이후 최대 피해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최고 1000억 달러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 하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현재 추정치가 300억~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최소치와 최대치 모두 적어도 197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재앙 중 가장 큰 피해액 중 하나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카테고리 4등급 허리케인인 하비에 따른 손실이 12개월 동안 적어도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스파고 증권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보험 대상 기준으로 500억 달러 손실을 초래했다. 하비는 카테고리 3등급인 카트리나보다 강해 피해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비 강타’휴스턴 한인 피해
  한인 밀집지역 침수 … 약탈 행위까지

           한편, 텍사스 한인사회의 분위기도 심각하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한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집계조차 어렵다.”김기훈 휴스턴 한인회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수화기 너머로는 한인들의 구조 요청과 피해 상황을 알리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허리케인 하비가 덮친 텍사스주 한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휴스턴 한인회에 따르면 폭우가 시작된 지난 주말부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구조 요청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케이티, 메모리얼 및 휴스턴 남부 일부 지역이 침수되면서다. 또 일부 한인 상점을 상대로 한 흑인들의 약탈 행위 신고도 접수됐다. 휴스턴 한인회 측은 휴스턴 총영사관(총영사 김형길)과 지난 25일 긴급재난본부를 마련해 한인 구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한인회는 20~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로 KCC 구조팀을 조직해 지난 나흘간 24시간 3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한인회가 직접 현장 구조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마련한 셸터로 가기 꺼리는 한인 불체자들이 맘 놓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28일까지 구조한 한인은 20여 가구, 4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0여 명은 지인과 교회, 호텔 등으로 거처를 옮겼고 나머지 20여명은 아직 한인회관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김 회장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지만 고무보트가 1개 뿐이어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빗길을 뚫고 가서도 현장 접근이 어려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보트 같은 장비나 구호품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미주한인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총영사관에서는 피해 한인들에게 생수, 라면 등 비상식량과 담요, 침대 등 생필품을 지급해 지원하고 있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예상되는 휴스턴내 한인 이재민수만 최소 300여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 한인 인구는 3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 이재민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폭우가 계속 내릴 것으로 전망돼 이미 만수위에 이른 휴스턴의 애딕스, 바커 댐 방류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상류 지역 강 수위는 4~6인치, 하류 지역은 이보다 더 올라갈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휴스턴 다운타운은 모두 다 물에 잠긴 상태여서 방류 결정으로 상승하는 수위만큼 주민들의 불안 역시 커지고 있다. 대피한 한인들은 두고 온 업소나 집 걱정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피해 지역의 한인 상가에서 도난 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인력이 통제 및 지원 업무에 우선 배치돼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한인회관 대피소에서 취재 중인 지역한인언론 ‘코메리카포스트’의 양동욱 발행인은 “대피소로 온 한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황망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휴스턴에서 북서쪽으로 250마일 정도 떨어진 한인 다수 거주지 댈러스는 하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한시름을 놓은 상태다. 댈러스 한인들은 휴스턴 한인들을 위한 셸터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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