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 되었다. 지난주 한국에서는 기부금을 받아 흥청망청 사용한 사람들이 적발되면서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불우한 아동을 돕는다며 128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 사무실 운영비와 자신들의 호화생활을 유지하는 용돈으로 챙긴 기부단체 ‘새희망 씨앗’ 의 회장과 간부들이 지난주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상습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부단체 회장과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두사람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부단체 사단법인과 교육 콘텐츠 판매 업체를 함께 운영하며 4만9천여 명으로부터 기부금 128억 원을 모금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21개 지점의 콜센터를 운영하며 4년 동안 128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기부자들은 1인당 적게는 5천 원에서 많게는1천600만 원까지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이나 결손 아동에게 교육 지원을 한다며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정기적인 후원을 요청했고, 신용카드 할부 결제로도 몇 년치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기부한 금액은 전체 기부금의 1.7%에 불과한 2억원 가량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현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 영어 강의 등을 볼 수 있는 회원 ID나 강의가 담긴 태블릿 PC를 싼값에 구매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기부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자신들이 기부금 일부를 전달한 복지시설로부터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받아내 기부자들에게 발급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은 홈페이지에 회원들이 낸 기부금을 받는 보육원 아동들을 소개하기까지 했지만, 해당 아동들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이들은 이렇게 챙긴 기부금으로 외제 차를 사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직원들끼리 요트파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의 피해자는 “홈페이지도 있고 후원활동사진도 있어서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 18개월간 카드로 매달 일만원씩 기부했는데, 정작 돈을 받아서 8억짜리 아파트, 외제차에 요트파티까지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 머리를 얼마나 때렸는지 모른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들이 돈을 달라고 하니까 순진하게 보내줬다며, 자신의 말을 믿고 순순히 돈을 보낸 사람들이 멍청한거 아니냐며 오히려 기부자들을 조롱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사람이 되레 바보가 된 셈이다. 이번 기부금 사기행각으로 인해 사회 각계에서는 비영리 기관인 사단법인 설립 허가가 현장 확인도 없이 너무 쉽게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으며, 설립 이후에도 단체를 감시하거나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필자도 오래전에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월급을 받는 날이면 어머니는 항상 학교내에 있는 우체국 계좌로 한 달 생활비를 보내주셨다. 항상 모자랐던 용돈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나의 월급보다는 알차게 사용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우체국 창구 옆에 무의탁 노인 돕기, 고아원, 맹아학교 등 불우이웃돕기 계좌들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며칠 생각 끝에 나는 무의탁 노인을 돕고 있는 비영리 단체 하나를 골랐고, 매달 30일 2만원씩 자동이체를 하기로 신청했었다. 한 달 기숙사비가 8만원이었던 당시 2만원은 나에게 큰 돈이었다. 매달 말일이 되면 항상 용돈이 부족해서 전전긍긍하면서 그 2만원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돈이 나갈 때만 되면 약간의 후회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을 기부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단체에서 자동이체 금액을 최하 2만5천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를 해온 것이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함은 물론이고 특히 기부 액수는 도와주려는 이의 마음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최소 기부 금액을 못박고 그 이하는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이 단체의 행태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거금 2만원을 그만 보내기로 결정했다. 성금 금액을 강요받는다는 것이 왠지 강요에 의해서 기부를 한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더욱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그 복지시설의 경영진들이 공금을 횡령하고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나의 피 같은 용돈으로 사기꾼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꼴이 되었으니 억울한 마음에 며칠 동안이나 잠을 설쳤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이웃을 돕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거 아껴가며 사기꾼들의 주머니를 채워줬던 그 돈이 너무 아까워서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생애 첫 불우이웃돕기는 이렇게 사기극으로 끝났다. 얼마전 한인 커뮤니티에서 있었던 일이다. 본인이 자원봉사를 자청한 소규모 세미나를 빌미로 신문에 나온 광고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후원금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몇 명의 광고주들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와 그 행사의 기획 의도를 물어본 탓에 알게 된 일이다. 비영리단체가 장학금을 주거나 행사를 주관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봉사를 하는 소소한 미팅식 이벤트에, 잘 알지도 못하는 한인사회 인사들에게 몇 번씩 이메일을 보내거나 연락을 취해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였다. 결국 그  세미나는 제대로 열리지도 못한 채 유야무야 지나갔다.

        또, 각종 단체에서 다양한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일에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돈이 어디에 쓰여지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있다.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는 것은 남의 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단체들은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 등을 통해 후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요즘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일부는 아는 사람의 사돈의 팔촌 이름까지 들먹여가면서 기부금을 요구하는 단체도 있다. 기부를 결정하기 전에 단체의 활동 사항이나 주변의 평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용처가 어디인지도 분명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덴버의 한인 커뮤니티도 규모가 커지면서 이곳저곳 행사가 많아졌다. 그만큼 후원도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나 한 단체가 모든 행사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뿐더러, 커뮤니티를 위한 행사의 의도에 비추어봐도 여러 사람들의 십시일반 후원이 꼭 필요하다. 우리 커뮤니티가 일궈낸 큰 성과는 4년전 안나의 집이 아닐까 싶다. 종교의 벽을 넘어 수백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의 힘으로 한인 양로원이 마련된 일은 한인 커뮤니티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또한, 오랜 세월 페루 사역을 해온 김한희 선교센터, 페루의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지 벌써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이외에도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곳곳에 삶의 후원자들이 숨어있다. 매주 어김없이 노숙자들 돕고 있는 봉사단체들, 명절이 되면 독거노인들에게 쌀을 나눠주는 업체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라면을 기증하는 익명의 후원자들, 포커스 청소년 행사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후원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봉사와 후원의 참뜻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봉사해 온 사람들은  “하다 보면 계속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곳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만큼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받는 측에서 쓰임을 명쾌하게 밝힘으로써,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이 소중하게 사용되었음을 인증시켜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부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고 더 많은 기부천사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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