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육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우선 언어습득의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어습득의 개념을 각자가 선호하는 의미로 인식하여 많은 혼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당 수 언어학자들은 언어습득을 언어에 대한 지적 능력 (linguistic competence)의 습득이라는 개념으로 주장한다. 여기서 지적 능력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볼 때, 화자가 무한 수의 표현을 생성 및 이해할 수 있고, 문법적인 오류와 모호성을 인식할 수 있기 위하여 정복해야 하는 다양한 규칙의 시스템으로 구성된 언어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면, 언어의 현상 또는 문법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에 대한 지식은 발화 행위를 통한 언어의 실행과는 대치되는 개념이다. 그와 같은 지적 능력의 습득은 반드시 능숙한 회화기량을 습득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원어민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언어 실행, 즉 말하기의 습득을 통하여 국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다. 단순히 국어의 말하기를 통하여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지식을 얻기 위하여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로서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무한 수의 문장을 생성 및 이해하고 문법적인 오류와 모호성을 인식할 정도의 목적어에 대한 지적 능력 또는 지식을 얻기 위하여서라면 굳이 회화기량의 습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사실상, 많은 학생들이 목적어의 문법만 집중적으로 공부하여 그러한 지식을 성공적으로 터득한다. 결국, 그와 같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는 목적어에 대한 회화기량의 습득을 통한 자연스러운 방법과, 목적어에 대한 회화기량의 습득을 하지 않고 하는 방법 등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외국어 교습법들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언어에 대한 지적 능력을 교육시키는 것에 집중해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목적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지적 능력의 습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목적어에 대한 문법을 습득하도록 교육시키면 자연스럽게 목적어의 습득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목적어에 대한 습득 및 회화기량 개발 교육이 아닌 단순한 지적 능력 교육에 집중한 전통적인 외국어 교습법들이 이중 언어 구사자를 배출하는데 실패하였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외국어 교육의 역사로 보아 충분히 입증되었다.  한국의 경우 전통적인 외국어 교습법을 통하여 많은 학생들이 목적어에 대한 지적 능력 또는 지식을 습득하였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철저한 영어교육을 통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거의 영어권 원어민 수준에 버금가는 영어문법 실력을 갖춘다. 대부분이 영어를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수 많은 학생들이 능숙한 영어 읽기와 상당한 쓰기 실력 위에 청취력까지 습득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중 언어자 수준으로 영어에 대하여 회화기량을 습득한 학생들은 없다. 한국의 학생들이 영어의 문법과 읽기, 쓰기 및 듣기에 대한 능력을 습득하였으므로 전통적인 영어교육방법들이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언어의 습득이라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을 해당 언어로 영유할 수 있는 수준의 회화기량 습득 없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적 능력의 습득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목적어에 대한 지식의 습득을 언어의 습득이라고 할 경우, 이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모순을 불러일으킨다. 즉, 목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목적어를 습득한 것으로 간주되는 커다란 모순을 초래하는 것이다.
◆ 언어습득이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언어습득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지적 능력, 즉 지식의 습득이라는 개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회화기량을 겸한 지적 능력이나 지식의 습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편, 언어습득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은 상당히 모호하며, 각 개인별 실행 능력의 단계를 포용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였다고 하면, 그 사람은 마치 그 언어를 마스터한 것처럼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면, 하나의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외국어 교육 목적상 내가 주장하는 언어습득의 개념은 일상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언어적 직관과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적 자원은 단어, 숙어, 관용적 표현 및 실용적 표현 등의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영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각자 일상의 자유로운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영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인 의미로는 생후 36-40 개월 된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 수준을 의미한다.  생후 36-40 개월 된 아이들의 언어 활동을 관찰해보면 일상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의 언어적 직관과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언어적 직관과 신체적 능력을 습득한 아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각자가 습득한 언어적 자원의 한계에 의한 제약을 받을 뿐, 사실상 일반적 커뮤니케이션에는 제약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언어습득의 개념과 생후 36-40개월 아이들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나는 언어습득과정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현상으로 요약한다. 첫째는 일상적 활동에 대하여 제한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현상이다. 둘째는 새로운 표현에 대하여 반복적 연습 과정 없이 즉시 알아듣고, 즉시 습득하여, 즉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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