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 팬들, LG 간판 스타에 기립박수

          9일 서울 잠실야구장. 오후 8시를 넘기면서 잔뜩 찌푸렸던 밤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하지만 LG 1루 측 응원석의 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비옷과 우산을 꺼내 들고 더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8시36분 비로 경기가 3대2, LG의 강우콜드게임 승리로 끝나자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LG의 전설’ 이병규(43·프로야구 해설위원)의 현역 등번호 9번 영구결번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KBO리그 영구결번은 통산 13번째이며 LG 소속으론 김용수(41번)에 이어 두 번째였다.  노래‘I was born to love you’가 울려 퍼지자 이병규의 현역시절 기념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의 등번호 9번이 영구결번으로 발표되는 순간, 일부 팬들은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쏟았다. 이병규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를 바라보던 동료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날 잠실 하늘은 하루 종일 찌푸린 채 비를 뿌렸다. 수용 인원이 2만5000명인 잠실야구장은 이 정도 날씨면 관중이 보통 1만명대에 그친다. 이날은 달랐다. 궂은 날씨에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열흘 전 티켓 창구가 열렸을 때 하루 만에 2만장이 팔렸다. 이날 입장 관중은 2만2000여명에 달했다. LG 팬들이 악천후에도 삼삼오오 잠실로 모인 건 LG의 상징 같은 존재인 이병규와 작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프로에 데뷔해 그해 신인왕을 받았다. 185㎝의 호리호리한 키에 호타준족을 과시한 그에게 팬들은 ‘적토마’란 별명을 붙였다. 그는 통산 7차례 골든글러브, 2차례 타격왕, 4차례 최다안타왕에 올랐다. 1999년엔 잠실 구단 첫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2013년엔 최고령 타격왕, 최고령 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 안타로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다. 2014년엔 역대 최소 경기인 1653경기 만에 통산 2000안타를 넘어섰다. KBO리그 17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311에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엔 우승 반지가 하나도 없다. 영구결번 선수 중 1986년 사고로 사망해 애도의 의미로 영구결번된 OB 포수 김영신을 빼면 유일하게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선수가 이병규다. LG는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한번 흥이 나면 상대가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폭발력이 강한 ‘신바람 야구’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해까지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이병규가 프로 ‘초년병’ 시절이던 1997년과 1998년, 그리고 2002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으나 ‘신바람’ 대신 헛바람만 들이켰다. 이병규는 LG 야구의 암흑기에 팬들에게 기쁨을 안긴 선수였다. LG 팬들로선 우승 반지 없이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한 이병규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저는 무관입니다. 그래서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영광된 자리지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이병규는 못내 마음에 걸린 듯 고별사를 통해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는 선배가 돼서 정말 미안하다. 후배들이 단단한 모습으로 LG 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꼭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곤 후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선 가운데 타석에서 이동현의 공을 받아친 다음 1·2·3루를 돌아 홈을 밟고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는 것으로 팬들과 작별했다. 그에게나 팬들에게나 우승과 다름없는 순간이었다.

커쇼 ML사상 첫
‘100구 미만 13K 완투승’

            LA 다저스가 팀의 올스타 원투펀치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위력적인 완투 퍼포먼스와 저스틴 터니의 연타석 홈런쇼를 타고 캔사스시티 로열스를 격파, 3연전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전반기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성적으로 마쳤다. 9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로열스와의 주말 3연전 시리즈 최종전에서 다저스 선발 커쇼는 단 99개의 투구로 9이닝을 완투하며 볼넷없이 삼진 13개를 쓸어 담고 로열스 타선을 6안타 2실점으로 봉쇄했다. 공격에선 터너가 홈런 2방으로 3타점을 올리고 어스틴 반스가 솔로홈런을 보태는 등 6안타로 5점을 뽑아내 로열스를 5-2로 제압했다. 투구수 99개로 경기를 마친 커쇼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100구 미만 13탈삼진 완투’라는 또 다른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제까지 메이저리그에는 4명의 선수가 ‘100구 미만 12탈삼진’을 달성한 바 있다. 그중 한 명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코팩스(83)였는데 마침 이날 코팩스는 경기장을 찾아 커쇼의 기록 수립을 직접 지켜봤다. 시즌 첫 번째 완투승을 기록한 커쇼는 시즌 14승(2패)째를 따내 오럴 허샤이저가 보유하고 있던 다저스의 전반기 최다승 기록(13승, 1988년)을 넘어서며 메이저리그 다승선두를 굳게 지켰고 평균자책점을 2.18로 낮췄다. 다저스는 로열스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시즌 61승29패를 기록, 60승29패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치고 전반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 됐다.  다저스의 시리즈 싹쓸이는 올 시즌 10번째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1위다. 또 마지막 19번의 홈경기에서 18승1패를 기록하는 등 전반기에 홈 전적 39승11패로 7할8푼이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올리는 등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2차전에서 3-4로 끌려가던 8회말 코디 벨린저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말 벨린저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짜릿한 5-4 역전승을 거두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첫 60승 팀이 됐던 다저스는 이날 커쇼가 로열스 타선을 완벽히 압도하며 여유있게 승리에 골인했다.  1회말 터너의 솔로홈런에 이어 3회 로건 포사이드의 적시타와 터너의 투런홈런으로 4-0 리드를 잡은 다저스는 4회초 로열스의 에릭 호즈머에 투런홈런을 맞아 4-2로 쫓겼으나 6회 반스의 솔로포로 리드를 3점차로 벌린 뒤 커쇼가 로열스 타선을 추가 실점없이 봉쇄해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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