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철이 끝났다. 그리고 이제 곧 버섯철도 다가온다. 그러나 고사리와 버섯을 따러 간 일부 한인의 몰상식한 행태로 인해 우리 모두는 싸잡아서 ‘어글리 코리안’ 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못먹고 못살던 애절한 시대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자연을 훼손해 가면서 고사리에, 버섯에, 나물에 집착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그것도 먼 이국땅에까지 와서 일부 한인들의 이런 몰상식함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기 그지 없다.  미 산림청 콜로라도 지부에 따르면 올해 산림청은 500장이 넘는 고사리 채취 퍼밋을 판매했다. 그리고 고사리 불법채취로 20여명 정도가 적발되어 벌금 티켓을 발부했다고 한다. 이 중 1명은 1천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었다. 정해진 양보다 너무 많은 고사리를 채취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에는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지만, 대부분이 미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이거나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이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 고사리를 채취할 수 없다. 다만 일부 국유지의 경우 연방 법에 따라 적법한 퍼밋을 구매한 후에는 퍼밋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고사리를 꺾을 수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콜로라도에 사는 한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퍼밋 가격은 부셀 자루 하나당 10달러선으로 저렴하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퍼밋을 구매하지 않고 고사리를 따다가 산림청 관리직원에게 적발될 경우, 퍼밋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퍼밋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채취할 수 있는 규정 양도 중요하다. 일단 퍼밋을 구입하고 나면 산림청에서 나누어주는 1부셀 짜리 오렌지색 봉지 안에 고사리를 채취해서 담으면 된다. 하지만 굳이 산림청에서 주는 봉지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휴대한 봉지가 안의 내용물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면 된다. 그런데 필자는 주변에서 검정색 대형 쓰레기 봉투 몇 자루에 고사리를 가득 담아서 오는 이들을 본 적이 있다. 아예 부피를 줄이기 위해 현지에서 채취하고 삶아서 말려서 오기까지 한다. 고사리 밭에서 캠핑을 하는 셈이다. 고사리 퍼밋은 고사리를 많이 캐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산을 훼손시키면 안된다’라는 의무감을 가지고 자연을 대해 달라는 뜻일 게다. 일부 사람들은 산의 지천에 널려있는 고사리를 왜 채취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고사리는 사슴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먹이사슬의 개념으로 고사리 채취를 제한해 최대한 동식물과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신념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인들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하는 자연 철학을 짓밟고 있다. 

           8월이 지나면 콜로라도에서는 버섯 캐러 가는 일도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버섯캐기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매년 치르는 연례행사와도 같다. 그러나 문제는 버섯 캐기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다. 고사리도 그렇지만 특히 버섯 캐는 장소는 국가기밀 수준으로 보안이 유지된다. 여기 사람들은 대략 포트 콜린스, 볼더 뒷산, 와이오밍에서 버섯을 채취한다. 특히 최상급은 팔면 제법 돈이 되니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아다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마치 올 한해만 버섯을 캐고 끝장 볼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달에 1만달러를 벌 수 있다며 하던 비즈니스도 닫고 버섯철만 되면 아예 산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여럿 봤다. 몇년전에는 버섯을 캐러 간 60대 아저씨가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산속을 헤매다 경찰 수색대의 도움으로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구조가 되었다. 경찰견까지 동원되어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이 때 동원된 인력이 스무명이 넘었다고 한다. 미국 경찰들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혼자서 버섯을 따기 위해, 밤 늦게까지, 산 깊숙한 곳을 헤매고 다녔다는 사실이 이해가 될리 없다. 또 버섯 캐러 가면 버섯만 캐고, 그 주변은 손으로 조심스레 덮어 정리를 해 놓고 와야 되는 것이 상식인데 몇몇 한인들만 마치 전쟁터에 나선 전사들처럼, 버섯이 내년에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는 양 무자비하게 밟고 파헤쳐 놓는다고 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니 한인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도 여간 깎이는 것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함부로 버려지는 한인들의 쓰레기도 문제가 크다. 고사리철, 버섯철이 되면 산에 한글이 적힌 쓰레기 봉지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쓸려 돌아다니고 있다. 콜로라도에 살면 무, 배추, 고사리, 버섯, 고추 따러 다니는 풍경을 자주 본다. 이럴 때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자연을 훼손시키고, 용변도 함부로 보는 이들이 있다. 그랜비의 낚시철도 한창이다. 겨울내 꽁꽁 얼어있던 호수가 녹으면 신라면 봉지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낯선 곳에서 만난 한글은 반갑기 마련이지만, 산에 뒹굴고 있는 옥수수 수염차 빈병들, 영양갱 포장지, 새우깡 봉지들을 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문득 스위스 융프라우 산 꼭대기에 있는 얼음동굴 입구에 한글로 쓰여진 ‘낙서금지’가 생각이 난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낙서를 많이 했으면 ‘안녕하세요’ 혹은 ‘어서 오세요’ 가 아닌 ‘낙서금지’ 라는 문구가 있었겠는가.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콜로라도에 사는 우리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고사리 채취를 위한 퍼밋 구입시 나누어주는 브로셔는 영어와 함께 한국어로도 고사리 채취 규정이 표기되어 영어가 어려운 한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필요한 퍼밋은 한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타주를 방문했다가 덴버공항에 내리면 소수 국가들의 인삿말이 적힌 배너를 볼 수 있다. 일본어 인삿말이 가장 먼저 쓰여져 있다.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는 다섯번째쯤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콜로라도에 한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미국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일본인이냐고 자주 묻는다. 10여년 전 만해도 간혹 한국인이냐고 물어본 이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동양인의 대명사로 일본인을 삼은 분위기다. 그렇다고 일본사람보다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덜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지금 미국내에서는 동양인 중에 일본인에게 가장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김정은도 한몫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팎으로 북한의 김정은 덕택에 ‘코리아’는 나쁜 쪽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그런 나쁜 코리아의 반쪽이 우리다. 반면에 일본은 오바마의 극진한 친구 국가 대접에 이어 트럼프의 최고 우방 대우를 받고 있어 잘 살고 반듯한 나라의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나 멕시코에 비해 일본인은 불법체류자도 거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고사리와 버섯이 아니어도 건강식품이 차고도 넘치는 세상에 살면서도 자연을 훼손하고, 매년 법규를 지키지 않아 망신살까지 뻗쳤다. 일본과 비교하면 수준차이가 너무 난다. 이제는 자제할 시기이다. 즐거운 소풍삼아 정해진 분량만, 그리고 법과 자연을 지키는 것이 미국에 사는 우리의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버리는 일행이 있으면 충고하고, 버려진 쓰레기, 특히 한국인이 버렸다는 것이 틀림없는 쓰레기들은 얼른 주워야겠다. 고사리나 버섯 담기 위한 봉투만 가져가지 말고, 쓰레기 담을 봉지도 함께 꼭 가져가길 바란다. 전 세계인들이 찾는 콜로라도의 자연이 한인들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는 오명은 절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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