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아쉬움이 가득한 5월의 졸업시즌이 끝나면서, 유명인사들이 졸업생들에게 남긴 축사 연설의 의미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리버티 유니버시티에서, "살다 보면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언제나 나를 보살펴 주시던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어머니에게 '난 그 일을 할 수 없어요'라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얘기하겠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일일이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아웃사이더(outsider)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면서 남의 얘기에 너무 귀기울이지 말고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조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모교인 웰슬리 칼리지의 졸업식에 참석해 "여러분들은 진실에 대한 왜곡으로 가득찬 시대에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 미국인들 사이에 불법 체류자와 무슬림, 소수인종, 저소득층에 대한 두려움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려는 세력이 있다. 반목과 분열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예산안을 보라. 가난한 자와 노인, 어린이 등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공격이다. 현실에 대한 거짓말로 일관된 현 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면서 불체자 등 소외된 계층을 생각하는 미래의 인재가 되어주길 충고했다. 유명한 토크쇼 호스트인 오프라 윈프리는 스키드모어 칼리지의 졸업식에서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고비가 오기 마련이다. 질병의 형태로 올 수도 있고 직장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혹독한 어려움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러한 난관으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할 진실을 파악하는 건 바로 당신"이라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졸업식장에 섰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대학 졸업식의 축사는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다. 때로는 진부하기도 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험한 세상에서 그들을 지탱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여기에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졸업 축사를 더하고 싶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스타벅스는 지난해 남아프리카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그 곳에서 나는 넬슨 만델라가 즐겨 사용하던 '우분투(Ubuntu)'라는 단어를 수 없이 많이 들었다.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우분투는 '현재의 나는 당신이 있기에 가능한 존재입니다'라는 뜻의 그들의 언어였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 역시 부모님이나 스승, 이웃,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항상 여러분을 믿고 지지하고, 여러분의 꿈을 키워준 누군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분투,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단어였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나무 옆에 싱싱하고 달콤한 아프리카에선 보기 드문 딸기가 가득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말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자마자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 안 가득 과일을 베어물고 키득거리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다. 이를 지켜본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 라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선 "UBUNTU"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아이들의 답변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헤쳐갈 비법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익숙한 무한경쟁과 실적주의가 만들어낸 인간 소외와 이기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희미해져 가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UBUNTU'는 아프리카 코사(Xhosa)어로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성공회 대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우분투 정신을 갖춘 사람이란 마음이 열려 있고 다른 사람을 기꺼이 도우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이 뛰어나고 유능하다고 해서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바탕이 되는 정신임을 강조했었다.

         한국말로 옮기자면 자비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개인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으며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우분투는 우리가 좋을 일을 하면 그것이 퍼져나가 다른 곳에서도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되며, 결국 인간 전체를 위하는 일이 된다는 사상이다.  지난달,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세계공동모금회(UWW)에서 첫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모든 대기업 오너가 이 기업가처럼만 산다면 재벌은 개혁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아이콘이 되지 않았을까. 국내외 기부영웅으로 불리는 그는 이로써 아시아 최초의 ‘천만달러 라운드테이블’ 멤버가 되었다. ‘천만달러 라운드테이블’은 세계공동모금회에서 올해 만든 최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 부부, 존 렉라이터 UWW 이사회장,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재단 등 개인과 단체 32명이 회원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두 37억3천여만원을 기부해 지난해 한국 개인 부문 최다 기부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UWW에 7년간 1백억원 기부를 약정하면서 이 모임의 회원이 됐다. 그는 가난했던 시절에도 주위를 살폈던 부모님의 모습이 지금의 자신을 세웠다고 말했다. 더불어 살겠다는 그의 수상 소감은 우리에게 또한번 깊은 울림을 전했다. 어딜 가나 일등 아니면 최고를 따지는 세상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저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혹은 사회 곳곳의 기부자들처럼, 함께 했을 때 더 커지는 달콤한 행복을 느껴보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하면 당신 주위의 평균 5명이 그날 하루 함께 행복하다는 통계도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세상, 필자도 오늘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인연들이 이 글을 통해 함께 행복해지길 바란다. 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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