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유나이티드 항공사 비행기에서 고객 중 한명이 피를 흘리며 세 명의 남자에 의해 ‘짐승처럼’ 질질 끌려 나가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전세계는 분노를 금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오헤어 공항의 현장에 있었던 승객 중 한 명인 제이슨 파월이라는 사람은 <시카고 트리뷴>에 자신의 목격담을 기고하기도 했다. 교사인 그는 학생 7명과 답사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이 사건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최악의 사례’라고 칭한 그는, “유나이티드 항공과 보안 경찰들의 태도에 소름이 끼쳤다. 타인에게 소리를 지르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강제력을 쓰고, 철저히 무례함으로 일관했다”고 증언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9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켄터키 주 루이빌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오버부킹(Overbooking, 초과예약)’을 빌미로 승객 4명에게 좌석 포기를 강요했다. 이중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 박사가 다음날 오전 환자와 예약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유나이티드는 공항 경찰을 동원해 다오 박사를 비행기 밖으로 끌어내렸다. 다오 박사는 코가 부러지고 앞니 2개가 뽑혔으며, 강한 충격으로 잠시 뇌진탕 증상을 보였다. 당시 제압 과정은 다른 승객의 휴대폰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됐다. 해당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아시안들은 더욱 격앙되었다. 현재 데이비드 다오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개인 상해 소송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막강 변호인단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1975년 사이공 함락 당시 보트난민으로 미국에 온 다오 의사는 베트남 탈출 때보다 이번에 기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채 끌려나올 때가 더 공포스러웠다고 했다. 사실 유나이티드 항공사측에서는 평소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는 것이 더욱 의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기에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 항공 CEO는 사태 직후 직원들에 보낸 메일을 통해 “해당 승객은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 승무원들이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하기를 지지한다"고 오히려 직원들의 행동을 칭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무노즈씨는 두번의 사과 성명을 더 발표했지만 진정성 없는 발언과 뒤늦은 말 바꾸기로 상황을 역전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가 한 때 4%나 급락해 10억 달러, 즉 약 1조 1455억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하루 만에 시총 2억5500만 달러, 약 3000억원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사실 오버부킹은 미국내에서 합법적이다. 오버부킹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좌석보다 더 많은 티켓을 파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취소하거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발전에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오버부킹으로 인해 빈자리를 최소화하여 손실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약인원 모두가 탑승을 하게 되었을 때는 고객들에게 좌석을 양보받기 위한 제안을 하게 된다. 좌석을 포기하는 고객들에게 비행기 티켓 가격의 3배, 그 다음날 비행기로 가야 한다면 호텔 숙박비까지 제안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도 내리려는 고객이 없다면 승문원들이 임의로 하차할 승객을 선정하게 된다. 미국의 항공사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오버부킹은 합법적이고, 이미 표를 구매한 손님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권리는 여전히 항공사에 있다. 그러나 고객을 강압적으로 끌고 나올 권리는 절대 없다. 유나이티드의 이런 오만방자한 태도는 옛날부터 거론되어 왔다. 필자도 유나이티드에 대한 소름끼치는 기억이 있다. 출산 한달만에 시애틀에서 시카고에 면접을 보러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고 갔다온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출산 후유증으로 극심한 폐쇄공포증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분해결이 먼저라는 생각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비행기를 탔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밤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시카코까지 가는 비행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제가 생겼다. 통로쪽에 앉아 있던 나는 다소 깜깜한 기내 분위기와 외국 사람들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 그리고 취업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등에 휩싸이면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승무원의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승무원은 매몰차게 나의 손을 뿌리치면서, 마치 봉변이라도 당한 듯한 불쾌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친철함과 봉사정신, 고객의 불편을 최대한 살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과 비교하면, 15년전에도 유나이티드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항공사였다. 어찌보면 이번 오헤어 공항사건은 이미 예견되어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정에 맞춰 국제선을 타야 하는 승객에게는 비행기 선택권이 많지 않다. 현재 미국 시장의 85%는 유나이티드 항공과 사우스웨스트 항공,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이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 댈러스 공항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뜨는 비행기 3대 중 1대는 유나이티드 항공사 소속이다. 때문에 매년 1700만명의 승객이 타는 세계 3위의 항공사이기도 하다. 이것이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이전에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도 무리 없이 비행을 이어가는 이유다. 승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항공사측은 시간이 흐르면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테러범도 아니고,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항공사는 승객을 단순한 숫자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릿수에 따른 이익만을 생각한 결과이다. 덕분에 유나이티드는 “함께 날아가자”라는 모토 대신 누리꾼들로부터 “자리가 부족하세요? 맞을 준비하세요”라는 새 모토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초과 인원을 해결하기 위해 유나이티드가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4명의 승객을 내리게끔 했는데 모두가 아시아계 승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기준 없이 아시안들만 내리게 했다는 것은 인종차별문제로 충분히 비화될 만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인종은 차별해야 한다’는 뻔뻔한 논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는 흑인과 아랍인들에게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트럼트의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은 차별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다. 이럴 때 한인사회가 나서서 아시안계의 힘을 모으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 전세계가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유나이티드 항공기 보이콧에 동참해야 옳다. 승객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뛰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한 유나이티드에게 아시안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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