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중국과의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6·25 당시 적국으로 싸웠고, 냉전 시기엔 반대 진영에 속했지만, 1992년‘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해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수교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으며, 특히 경제 분야는 비약적 발전을 이뤄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됐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결국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확정되면서, 이제 중국과 한국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에 외교적 압력과 다양한 경제·문화적 보복을 가하고 있다. 지난 9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H-6 전략폭격기 6대를 포함한 10여 대의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영공은 아니지만 그곳으로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것이 국제 관례다. 그런데 중국은 사전허가를 받기는 커녕 나중에 한국측이 항의하자 적반하장식으로 ‘훈련 중’이라고 일축했을 뿐이다. 만약 한국 F-15K 편대가 사전통보 없이 중국방공식별구역을 4∼5시간 비행했다면 중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래서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한·중 수교협정은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측의 일방적 판단으로 한국을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은 이런 정신에 위배된다. 올해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행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장과 부장조리와 만난 뒤“정부가 못한 부분을 의원 외교로 성과를 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방문목적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사드로 인한 제재 우려를 전달하고 사드 배치냐 아니냐를 넘어서 제3의 해결책을 찾는데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중이‘의원 외교’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 측의 사드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도 아니고,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 우려가 완화된 것도,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 원인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원단의 방중 전날 한국 화장품이 무더기로 중국에 수입이 불허됐다. 손님을 맞기로 해놓고 손님들이 오기도 전에 본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 중국은‘한류 금지령’에서부터 춘제(春節·음력설) 기간 한국 항공사의 전세기 운항 불허 조치를 내렸다. 한국산 배터리 탑재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미지급 결정도 내려졌다. 롯데사업장 세무조사도 들어갔다. 또, 한국에서 중국비자 발급이 무더기로 거부되었다. 우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내에서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 수출로 돌파구를 찾았던 기업들은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퍼지면서 분유 매출이 꺾이고 있다며 걱정이다. 중국 유제품 시장은 규모가 50조원이 넘어 내수에서 고전하던 한국내 우유업계에는 새로운 돌파구였다. 중국인들 1인당 유제품 소비는 매년 5% 정도 늘었고, 2008년‘멜라민 분유’파동으로 식품 안전성에 관심이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이 수입 분유로 발길을 돌렸었다. 때문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산 분유를 수십 통씩 구입했고, 귀국해서도 온라인 쇼핑몰 직구를 통해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중국 현지 매출 신장세가 꺾이고 중국이 위생 규정을 강화하면서 반품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해 베이징에서 열린‘한국 관광의 해’폐막식 축사에서 리진자오 중국 국가여유국장은 사드배치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리고는 최근 저가 관광 단속에 나서면서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객을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김장수 주중 대사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리 국장에게 면담요청을 했지만 그는 한 달 넘게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에게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을 하고 있다는 의혹들은 차고도 넘쳐난다. 보복 조치가 없을 리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각종 제재에 대해 앞뒤 안 가리고‘사드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단정짓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컨데 화장품이 반품된 사례의 경우, 우리 업체가 중국 화장품 관련 규정을 위반한 데 따른 조치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번에 걸린 19개 중 13개는 모두 중소 화장품 업체 한 곳의 샘플 제품이었다. 정부 조사에서 이 업체는‘샘플 통관이 처음이라 본품과 동일하게 서류를 갖춰야 하는지 몰랐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다른 화장품 업체도‘회사 측 착오’등 잘못을 인정했다. 비자건 또한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이라고 추정하지만 중국 대사관은“전세계 동시 적용”이라고 공식발표했다. 실제로 호주·캐나다·태국 등에 있는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비자 발급용 사진 요건을 강화한다는 안내문이 떠있다. 여전히 안경 착용 금지 등 사진 요건이 강화 됐다는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혼선은 계속되고 있지만, 주한 중국 대사관도 이런 내용을 지난달 홈페이지에 공지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변경된 지침과 정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이다. 물론 불합리한 조치를 당했다면 적절한 대응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중국은‘떨고 있는 한국’을 보면서 더욱 재미있어 할 지도 모른다. 성벽을 증축할 때마다 중국 황제의 윤허를 받아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의 한국은 20세기 초의 나약했던 조선이 아니다. 이제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과 북한까지도 우리의 협력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점차 경직되어 가는 것은 분명 사드 때문이다. 유해성과 효율성, 국민의 반대 그리고 중국과의 외교 불화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나서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고 나설 태세를 보이니, 강대국 간의 치열한 각축전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사이에서, 제대로 된 통치권자도 없는 한국은 동네북 신세가 되었다. 이번주 취임식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곧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분담의 재협상도 지시할 것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현시점에서 미국과의 동맹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동맹을 강조하며 봐 달라는 식의 행태는 더이상 트럼프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미국에서 36조원 넘게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국방예산에 육박하는 규모로, 지금까지 무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구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오면“우리도 미국에 할 만큼 하고 있다”면서 이런 비용 규모도 주요한 대응논리로 제시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로 위협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이 한국에 대한 특별대우를 의미하진 않는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사드배치에 대한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보복보다 미국의 배신을 먼저 맛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능력을 냉정히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할 때다. 그 우선순위에 따라 주변국의 외교적 압박을 풀어 나간다면 대한민국의 활기도 곧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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