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터뷰서 “국경 장벽 건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의 단속과 추방도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0만∼300만명으로 추정되는범죄자 우선 추방 등 이민공약의 단계적 실천 방안을 공개했다. 그는 12일 CBS방송의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우리가 할 것은 약 200만 명, 심지어 300만 명에 달할 수도있는 범죄자, 범죄기록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 거래상들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 불법적으로와 있는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을 안전하게 하고 모든게 정상화된 다음에는 누가 (미국에잔류해도 괜찮은) 훌륭한 사람들인지에 대해 결정을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전에 중요한 것은 먼저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대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전원 추방하지 않고일부는 구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미국과 멕시코간 장벽을 건설할 것이냐는 질문에“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공화당 의회가 제안한대로 부분적으로는 장벽이 될 수 있고, 일부는 울타리가 될수 있다”면서“특정 구간에 대해서는 장벽이 훨씬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한 추방대상자 규모에는 임시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자 등 합법적으로 체류중인 이민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이민자 커뮤니티에 추방 공포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된다. 한편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공화·위스콘신)도 "추방 인력을 늘리는 계획은 하지 않고 있지만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트럼프 인수위원회에 포함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범죄기록이 있는 이민자 추방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해 추방단속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비영리재단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범죄경력이 있는 불체자는 82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이민연구센터에서 국토안보부의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추방대상 범죄기록을 갖고 있는 불법이민자수는 190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후유증' 앓는 미국
반대 시위·인종 범죄로 몸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주말인 12일에도 미국 40여 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대선 다음 날인 지난 9일부터 나흘째이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겨냥한 백인들의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등 미국 사회가 심각한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CNN 등은 이날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동부 뉴욕까지 미국 전역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으며 시위 양상도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LA에서는 80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를 닮은 인형을 땅바닥에 내리치며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소속인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CNN 인터뷰에서 "시위장에 몰려나온 학생들과 자신의 애국적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들이 자랑스럽다"며 시위를 선동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이날 오전 시위대 한 명이 다른 시위 참가자가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에 맞아 부상했다.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자동차를 부수고 경찰에 돌과 병을 던지기도 했다. 뉴욕에서는 맨해튼 남부 유니온스퀘어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시작된 후 가장 많은 1만명 정도가 모여 트럼프 거처이자 집무실인 맨해튼 중부 트럼프타워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트럼프는 떠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매일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트럼프타워는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도심 속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일부터 관광객은 물론 일반 시민 보행까지 제한하고, 철제 바리케이드와 콘크리트 구조물, 모래를 가득 실은 트럭 등을 동원해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반 트럼프 진영에 서 있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날 트럼프타워를 기습 방문해 트럼프와 만나려고 했으나 경호원들에 막혀 물러서야 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의사당 근처에서 불에 탄 성조기가 발견됐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트럼프 시위를 "언론에 선동당한 전문 시위꾼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는 11일 시위가 확산되자 "일부 시위대가 조국에 대해 열정을 가졌다는 사실을 사랑한다. 우리는 곧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백인 우월주의와 연관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도 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인권 단체 '남부 빈민 법센터(SPLC)'는 "대선(8일) 이후 11일 오후 5시까지 미국 전역에서 201건의 혐오 범죄 발생 보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백인들이 흑인들을 공격한 범죄가 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라틴계 등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무슬림이나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등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여러 인종이 모여 통합된 사회를 이뤄낸 미국의 '멜팅 폿(melting pot)' 신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 사회의 분열에 대한 염려도 나온다. 지난 9일 시카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한 중년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해 보호를 받던 도중 누군가 "트럼프 지지자다"라고 외친 후 몰려든 사람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놓고 갈등을 겪은 가족 중에는 오는 24일 추수감사절에 가족 모임을 하지 않기로 한 경우도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텍사스에선 학교 수업의 하나로 진행된 모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찍었다는 이유로 엄마가 일곱 살짜리 아들을 집에서 쫓아내 아동 학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대선 이후 미국 온·오프라인에서 증오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는 주별 선거인단 투표 때 트럼프 측 선거인단이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에게 반란표를 던질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개설돼 이날 서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원래 지지한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주의 트럼프 측 선거인단을 상대로 '득표수에서 이긴 클린턴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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