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배우’로 명찰을 바꿔 달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연기돌(연기+아이돌)’과는 궤가 다르다. 이들은 가수 활동은 아예 접고, ‘연기 전업’을 선언하고 있다. 왜 그들은 탈아이돌을 꿈꿀까.  7년차 중견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는 최근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팀을 떠났다. 이후 배우 김윤석, 유해진, 주원 등이 속한 화이브라더스와 손을 잡으며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해 데뷔했던 걸그룹 포미닛도 지난 6월 해체된 후 멤버 허가윤, 권소현 등이 각각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일본 내 한류 돌풍의 주역이었던 걸그룹 카라의 한승연, 구하라, 박규리를 비롯해 원더걸스의 안소희, 엠블랙의 이준, 에프엑스의 설리 등 그룹의 주축이었던 멤버들이 팀 탈퇴 후 한목소리로 “배우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연습생 기간을 포함하면 10년 넘게 가수로 인지도를 쌓았다. 특기 역시 춤과 노래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장기를 발휘하지 않고,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생명력이다. 몇몇 장수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면 이들의 전성기는 5∼6년이면 끝난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 그룹으로 팬덤이 이동하면 사실상 그룹을 움직이는 동력을 잃게 된다.  걸그룹 출신 배우 A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에게 30대는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10대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지만 화려한 20대를 보내고 난 후 30대를 맞으면 걸그룹으로서 매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K-팝의 주역으로 한류 시장을 이끌던 이들의 생명력이 고작 5년 남짓이라는 서글픈 현실이다.  A는 “20대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건 모든 아이돌 가수들의 숙명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멤버별 입장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룹 단위로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며 “결국 혼자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금껏 쌓아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가수로서 솔로 활동은 왜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은 “솔로로 성공하는 것은, 연기로 성공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고백한다. 대부분 그룹 내에서 특정 파트만 맡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무대를 채우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A는 “메인 보컬을 맡던 멤버는 뛰어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솔로 데뷔가 수월하지만 그 외에는 솔로로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또한 그룹 활동 당시 쌓인 인지도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 실패로 인한 심리적 타격 역시 크다”고 덧붙였다. 배우로 전업한 후 성공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도 그들이 아이돌 이미지와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이유다. 황정음, 성유리, 서현진 등이 대표적이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던 황정음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드라마 ‘비밀’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성유리 역시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핑클’ 출신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또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와 ‘또 오해영’을 연이어 성공시킨 서현진이 걸그룹 밀크 출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세 배우의 공통점은 과거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던 이미지가 부각되는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외면했다는 것이다. 화이브라더스 관계자는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서 가수 이미지를 지울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결국 성패를 결정짓는 건 ‘연기력’이다. 배우 전문 기획사들도 배우로서 성공 가능성을 따진 후 손을 잡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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