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모르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은 그리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 거주하는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보면 해외여행 한번쯤 안 다녀본 사람이 없다. 20여년전에 유럽여행은 소수 젊은이들이나 누리는 호사였지만 지금은 여행사를 통해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류는 야외활동복이다. 등산복은 국민 운동복으로 인지된지 오래이고, 동네마다 생활체육시설이 꼼꼼하게도 마련되어 있다. 외식문화도 남달리 발달되어 한국의 맛집이 소개되는 프로그램에서는 연일 푸짐한 밥상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십년 전만해도 깡촌이라고 치부되었던 시골에서도 번듯한 양옥집과 갖가지 가전제품들이 집안에 즐비해 있다. 가난해서 밥한끼 편히 못먹는 사람보다 여행가방을 챙기고, 문화생활을 즐기며,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가 된 것 같기는 하다. 더우기 최근 외국에서 열리는 경제 관련 주요 회의에서도 이제는 한국 관련 언급은 거의 없다. 경제 여건이 좋은 나라로 인식돼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간혹 한국 경제 얘기가 나오면 위기를 넘은‘아웃 오브 크라이시스(out of crisis)’라는 표현을 써 가며 호평한다. 그렇게 보는 건 우리나라 재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탄탄하고, 수출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실질적인 경제 수치는 그렇지 않다. 최근 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해보다 네 단계 떨어진 29위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 잠정치도 2만7340달러로, 9년째 3만 달러 벽 앞에서 방황하고 있다. 성장률도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도 2.6%로 대폭 하향하면서 구조조정이 더뎌지면 더 큰 폭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경제국가 이미지와 실제 국가의 경제수준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일본이 대단한 강대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광복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수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정치, 교육부분에서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2세들에게 거짓말 교과서를 통해서라도 꾸준히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것을 주입시켜왔으며, 온 세계인이 믿고 보는 구글지도에‘동해’ 대신 ‘일본해’ 라는 이름을 넣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 로비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의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미국의 베스트 프랜드가 되어 미국의 묵인하에 마음대로 역사를 바꾸고, 중국과도 맞짱을 뜨며 기세등등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노벨상 5개부분 중 생리의학상부터 일본인 수상자가 나왔다. 40년간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은 미국 국적 수상자까지 합쳐서 벌써 25번째 노벨상을 안았다. 과학상은 22번째, 생리의학상은 네 번째다. 특히 일본은 과학분야에서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투자와 지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일본의 게임인 줄 알면서도 밤을 새워가며 이를 즐기고, 평소에는 그렇게도 일본을 미워하다가도 차를 살 때가 되면 여실히 일본차의 팬이 되어 있다. 일본팀을 예선에서 만나도 마치 결승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우리는 광적으로 일본을 싫어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독도는 원래 우리땅이니 그렇게 알고만 있어라, 동해 표기는 조금 있으면 바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만을 늘어놓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실력차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옆집을 보고 배만 아파하는 모양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뾰족한 해결책도 없이 단지 그들의 야비한 방법론만 탓한 것이 아닐까. 그들의 성공비결은 생각지 않고 비난만 한 것이다. 이도 생각날 때마다 아주 가끔씩, 마치 양은냄비와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세번째는 북한이 얼마나 악랄한 집단인줄 모르는 듯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대단한 활약을 펼쳐왔다. 1968년부터 청와대 습격사건, 푸에블로호 미 함정납치, 삼척 무장공비 120명 침투, 미 해군 정찰기격침, 흑산도 고등학생 납치, 1970년대에는 육영수 여사 피살, 1호부터 4호까지의 땅굴,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1980년대에는 아웅산 폭파사건, KAL기 폭파사건, 1990년대에는 강릉해안 잠수정침투, 귀순한 이한영 피살, 서해안침투, 2000년대에 들어서도 북한의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축제 분위기를 틈타 일으킨 제2연평해전을 비롯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2009년 대청해전 등을 잇달아 일으켰다.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8월에는 비무장지대 내 목함지뢰 매설과 서부전선 포격까지 감행했다. 그리고 최근 몇년동안 대한민국이 맥없이 비핵화만 부르짖는 사이에 북한의 핵실험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정부는 이제 핵미사일을 한발이라도 발사하면 그순간 북한정권을 끝장 내겠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인정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도발은 남북 관계의 냉·온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로써 북한은 정전 이후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야욕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북한에 대한 어리석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해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은 우리는 유권자의 힘을 믿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율은 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힐러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터지면서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고, 1, 2차 TV 토론은 클린턴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공화당 서열 1인자도 대선후보를 버렸고, 트럼프는 자당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화당은 벼랑끝에 섰다. 여기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권을 포기하지 않고,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 옛날부터 우리는 가장 부패한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정치가 유일하다면서 정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연륜과 인지도가 쌓이면 정계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그리고 혼혈인들의 나라이다. 그 어떤 민족도 주류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한인사회가 주류는 못되어도, 깔보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우리 하기에 달렸다. 한인 커뮤니티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는 오는 24일까지 유권자등록을 마치고, 11월 8일에 실시하는 대선 및 총선거에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선거결과를 보면 한인들의 참여가 미흡해 주류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함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힘을 믿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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