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월드시리즈 표값

          100만 달러. 미국의 입장권 재거래 사이트인 스텁허브(stubhub)에 올라온 201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티켓의 가격이다. 장소는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건 아니지만 3루 더그아웃 근처 좌석을 미리 확보한 야구팬이 재판매 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놓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시즌권 소지자에게 포스트시즌 입장권 구매 우선권을 주며 소비자들끼리의 거래도 허용한다. 물론 실제로 이 티켓이 100만 달러에 판매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해 캔자스시티와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 3~5차전 평균 티켓 가격은 1600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티켓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10일 현재 스텁허브에서 재판매되는 루프톱 좌석(경기장 인근 건물의 옥상 좌석)은 실제로 2000달러에 거래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컵스가 올라간다면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에 티켓이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티켓 검색사이트인 시트긱(seatgeek)은 "2000~3000달러 사이에 평균 티켓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컵스팬들은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를 보기 위해선 차를 팔고, 집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 티켓 예상 가격이 황당할 정도로 치솟는 건 입장권(4만1268석)이 한정돼 있는데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시카고 팬들의 열망 때문이다. 컵스는 190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45년 이후에는 월드시리즈에 나간 적도 없다. 108년 동안의 기다림이 100만 달러라는 신기루를 만든 것이다. 컵스는 올해야말로 108년 묵은 저주를 풀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컵스는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0.640·103승58패)을 기록했다. 존 레스터(19승5패)-제이크 아리에타(18승8패)-카일 핸드릭스(16승8패)로 이어지는 선발투수진은 팀 승리의 절반 이상(53승)을 합작했다. 지난 7월 뉴욕 양키스로부터 영입한 아롤디스 채프먼(36세이브)이 뒷문을 책임지면서 마운드가 더 탄탄해졌다. 크리스 브라이언트(39홈런), 앤서니 리조(32홈런)가 이끄는 중심 타선도 막강하다. 컵스는 샌프란시스코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에서 먼저 2승을 거뒀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6년 동안 3차례(2010·12·14년)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강팀이다.  챔피언으로 손색 없는 전력을 갖춘 컵스의 유일한 걱정은 '염소의 저주'다.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이 45년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려왔다는 이유로 관중석에서 쫓겨나자 "앞으로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후 컵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자 저주는 정설로 굳어졌다. 시아니스는 69년 당시 컵스의 구단주 필립 K 리글리의 사과를 받은 뒤 "저주는 끝났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의 조카 샘은 73년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필드에 들어가는 의식을 치렀다. 2003년에는 컵스팬들이 염소를 몰고 휴스턴의 홈 구장에 갔다가 입장을 거부당하자 "저주는 휴스턴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 러나 그해 컵스는 플로리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6차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 파울플라이가 될 뻔한 타구를 컵스팬 스티브 바트먼이 가로채는 바람에 아웃을 잡지 못해 3-8로 역전패했고, 7차전에서도 졌다. 89년 개봉된 공상과학영화 '백투더퓨처2'는 2015년 컵스의 우승을 예언했다. 그러나 컵스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메츠에 패해 탈락했다. 우승에 대한 기대는 열성팬들의 기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컵스팬만큼 최악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염소의 저주를 끊기 위해 염소 생간을 주문해 먹는 사람이 있다'는 한 염소고기 판매상의 말을 전했다.  2004년 바트먼이 잡은 공을 10만 달러에 구매해 공개 폭파식을 치렀던 그랜드 디포터라는 열성팬은 "야구공은 108번의 바느질로 완성된다. 또 '백투더퓨처2'의 러닝타임이 108분이다. 이는 108년 만에 컵스가 우승한다는 상서로운 징조"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허리케인 '매튜' 최악 피했지만…사망자 16명
폭우로 백만 가구 이상 정전

          허리케인 '매튜'(Matthew)가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동남부 지역에 끼친 피해는 적지 않았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매튜로 인해 최소 16명(노스캐롤라이나 7명, 플로리다 4명, 조지아 3명, 사우스캐롤라이나 2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급류에 휩쓸렸거나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진 노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수가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매튜는 9일 오후 노스캐롤라이나 주 동쪽 해상으로 빠지면서 세력이 약해졌으나 여전히 시속 75마일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 사태가 발생해 수천여 명이 급류에 휩싸인 주택과 차량 등에서 긴급 구조됐다. 버지니아 주 남쪽 일부 지역에서도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AP통신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의 강수량은 18인치(457.2mm), 파예트빌 14인치(355.6mm), 롤리 8인치(203.2mm)에 달했다고 전했다. 폭우는 10일 저녁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정전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100만 명 이상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사업장과 가정 42만3000여 곳에 전기 공급가 들어가지 않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각각 75만 여 명이, 조지아 주에서는 25만 명 이상이 정전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산 데이터 분석업체인 코어 로직은 매튜에 인한 보험 가입 주택과 상가의 피해액을 40억~60억 달러로 추정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각각 남긴 손실액 200억 달러, 400억 달러보다는 피해액수가 적다고 코어 로직은 밝혔다.  매튜는 형성된 이후 7일 동안 세력을 계속 확대하면서 중심 풍속 시속 177킬로미터 이상을 유지하는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매튜가 20~30마일(32~48㎞)만 더 본토 쪽으로 진입했으면 엄청난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플로리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이날 피해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플로리다 주 유명 테마파크인 디즈니 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시월드는 정비를 마치고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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