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중국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군과 자위대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양국 간 핫라인 가동 협의에 속도를 내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30분 만에 회담을 끝낸 뒤에는 양국 정상이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아베 총리 혼자 기자회견을 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항저우 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이날 오후 6시 30분 짧은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두 정상은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말로 회담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중·일 간에 파열음이 나는 부분은 제쳐놓고 양국 관계가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전략적 호혜 관계' 속에 곤란한 과제를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우호 관계를 맺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유권 분쟁 등 화제가 현안으로 넘어가면서 두 정상 간 설전이 벌어졌다. 니혼TV 등은 아베 총리가 중국 해경 선박이 센카쿠열도 주변에 수시로 접근하는 데 항의하면서,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관한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일은 동중국해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절하게 다뤄야 하며 이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사자가 아닌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까지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일본은 중국 측에 최소 1시간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그 절반만 내줬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짧은 시간 속에 양국 간 깊은 갈등의 골을 재확인한 셈이다. 회담 후 홀로 카메라 앞에선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를 비롯한 여러 문제에 대해 '법의 지배'를 관철해야 한다"면서도 "중·일 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대국적인 관점에서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대화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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