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생 살린 소녀 장례

          "안녕, 꼬마야. 너를 꺼내기 위해 손을 내민 아저씨야. 우리가 늦게 도착한 걸 용서해주렴. 그러나 정말 너를 구출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라." 27일 이탈리아 중부의 아스콜리 피체노의 체육관에서 열린 지진 희생자 장례 미사엔 35구의 관이 놓였다. 이 중 하나에 놓인 편지다. 안드레아란 이름의 구조대원이 9세 소녀인 줄리아 리날도에게 남긴 글이다. 그는 "(구조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천사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아. 넌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될 거야. 바이, 줄리아"라고 덧붙였다. 줄리아는 부모, 여동생 조르지아(4)와 함께 외가인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찾았다가 지진을 만났다. 부모는 부상한 채 탈출했는데 자매는 갇혔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줄리아가 동생을 안고 숨진 상태였다. 조르지아는 입에 흙이 가득했으나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17시간 만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구출된 소녀'로 전 세계에 타전된 그 아이였다. 당시 구조대원들은 "언니가 동생을 보호하려는 듯 껴안고 있었다. 언니의 몸이 감싼 덕분에 동생이 살았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조르지아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구출된 이후 큰 충격에 빠진 조르지아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례 미사의 관 35구 가운데 가장 작은 흰색 관에는 생후 18개월인 여아 마리솔 피에르마리니의 시신이 안장돼 있었다. 마리솔의 어머니 마르티나는 2009년 3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 지진에서 살아남은 뒤 그 기억을 잊기 위해 페스카라 델 트론토로 이사했으나 또 한 차례의 지진으로 어린 딸을 잃는 불행을 겪게 됐다. 마르티나와 남편 마시밀리아노는 마리솔과 함께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지오반니 데르콜레 주교는 장례미사에서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애도와 포옹, 기도뿐"이라며 "고통스럽다고 비명 지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그렇다고 용기를 잃지도 말아라"고 당부했다. 이어 "함께 힘을 모아 우리들의 집과 교회, 공동체를 재건해야 한다"며 "삶이 재개되고 종탑이 다시 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사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총리도 참석했다. 렌치 총리는 미사가 끝난 뒤에도 90여분간 체육관에 머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조르지아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인형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 27일로 '골든 타임'이 지났다. 구조가능성이 높은 72시간이다.

중국판 '살인의 추억' 28년 만에 범인 잡혀

         11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중국판 '살인의 추억' 범인이 28년 만에 붙잡혔다. 중국 공안 당국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년간 중국 북부 간쑤성 바이인시와 인근 네이멍구 일대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연쇄 살해한 혐의로 가오청융(52)을 검거했다고 베이징청년보 등이 29일 보도했다. 직장인과 대학생 두 아들을 둔 그는 지난 26일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바이인시공업학교 매점에서 체포됐다. 공안 당국은 "그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살인의 무대가 된 바이인시는 간쑤성 란저우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도시이다. 첫 범행은 1988년 5월 26일에 일어났다. 피해자는 23세 여성으로 온몸이 흉기로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이후 주로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집까지 쫓아가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희생자들은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흉기로 찌르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도 포함돼 있었다. 간쑤성 공안청은 범인을 '성도착증이 있으며 여성을 증오하는 반사회적 성향의 33~40세 남성'으로 추정하고 지문과 정액, 발자국 등을 통해 추적했다. 20만위안(약 3600만원)의 제보 포상금도 내걸었다. 하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가오청융이 꼬리를 잡힌 것은 뜻밖에도 그의 숙부 때문이었다. 가오의 숙부는 지난해 다른 범죄로 공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DNA 샘플을 채취당했다. 이 DNA 샘플을 분석하던 공안은 연쇄 살인범과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후 가오의 숙부 일가를 추적해 가오청융을 용의자로 최종 확정했다. 가오는 바이인시에 살아왔지만 호적이 란저우시 위중현으로 돼있어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 공안이 바이인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용의자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의 살인 동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웃들은 "조용한 사람이어서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두바이 왕, 시청 공무원 격려 위해 ‘깜짝’ 방문했는데 아무도 출근 안 해

         두바이 왕이 두바이시 고위공무원들의 근무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근무지를 시찰했지만 단 한 명의 공무원도 마주칠 수 없었다고 영국 BBC 방송이 30일 전했다. 지난 28일 오전 7시 30분. 두바이 토후국의 왕이자 아랍에미리트의 총리인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67)은 이른 시간부터 출근해 시의 발전을 위해 힘써 일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사무실을 ‘깜짝’ 방문했다. 하지만 시청 고위공무원 중 제 시간에 출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빈 사무실엔 자신의 초상화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28일은 일요일이지만 두바이에선 정상 근무일이다. 두바이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쉬는 대신, 일요일엔 정상 근무를 한다. 현지 방송 알 아라비야 TV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인 두바이 왕은 시 공무원들의 근무 기강 확립을 위해 평소에도 이른 아침에 근무 시찰을 해왔다. 즉 공무원들에게 두바이 왕의 이번 방문이 완전히 예측 불허했던 건 아니란 의미다. 두바이 왕의 방문 이후 두바이시 법무실장을 비롯해 시청 고위공무원 9명은 퇴직 통고를 받았다. 명목상으론 “도시 발전의 새 국면을 맞이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현지 언론에선 이번 조치에 시찰에서 느낀 실망과 분노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두바이시 공보국장 모나 알마리는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왕이) 확실한 신호를 보내려 하신 것 같다”며 “윗사람이 근면 성실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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