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한국에 대한 ‘협박’과 ‘보복’ 쪽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핵 미사일에 의해 사활의 위협을 받는 한국의 입장을 도외시한 부당한 압력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중국의 행태는 주요 2개국으로 불리는 대국이라기보다 덩치로 누르겠다는 시정잡배로 비칠 정도로 치졸하다. 지난 7월 13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판정, 화장품 검역 불합격 처리 등에서부터 ‘치맥’으로 상징되는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 중단, 탈북자 체포 및 북송 조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및 한류 스타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조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문화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공산당 기관지와 관영매체는 한국 사드 반대 의원과 전직 장관 등의 인터뷰와 기고만 집중적으로 보도,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관영 언론을 동원해 무력 응징까지 대놓고 거론하는 등 정상적 국가간 관계의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조치에는 한국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심리전’의 성격이 크다. 경제 보복뿐만 아니라 무력 보복까지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한국에 확산시켜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결국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 추정된다. 이런 마당에 우리 외교입지를 좁히고 중국에 힘을 실어줄 의원들의 방중은 자제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일부 야당 국회의원(國會議員)들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안보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필자도 얼마전 칼럼을 통해 사드 배치에 관한 명확한 정부의 해명과 이해를 촉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집안 갈등을 우리끼리 해결해보자는데 근원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 안보는 다른 현안과 달리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선거에 의해 군 통수권과 안보의 최종 결정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결단을 반대한다면, 국회에서 차분히 따지고 다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원이 이해 당사자들을 선동하거나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주에 “사드 배치도, 북한의 도발도, 중국의 외교적 보복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민의당에 이어 지난 3일 성주 현지에서 군민들과 촛불집회를 가진 더민주 의원들의 발언도 가관이다. 북한이 3일 중거리 탄도탄을 쏘는 도발을 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까지 소집됐는데도 “사드 배치 때문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런 의원들이 급기야 중국으로 몰려가 사드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 6명(김영호, 박정, 신동근, 소병훈, 김병욱, 손혜원)은 지난 8일부터 2박3일 중국을 방문해 공산당 관계자, 베이징대 교수 등을 만나 사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출국 전 이들은  “중국측 여론을 살피고 북핵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지만 중국 입장이 새로울 것이 없는 만큼 결국 사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동조하러 가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소탐대실로 제1 타격 대상이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는 모욕적 보도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으로 몰려가 중국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조국’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에게는 헌법 제 46조에 따라 ‘국익 우선’의 의무가 있다. 이를 우선시 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감히 국회의원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이들은 사드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걸 중국에 증명하러 간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측의 의견을 한국에 전달하는 것은 중국의 관료나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 민감한 국제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한 이들은 중국에다 한국의 모양새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집안에서 아무리 싸워도, 집밖의 사람들과 싸울 일이 생기면 집안끼리는 뭉쳐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대놓고 한국 정부를 반대한다고 중국에서 외치고 있다면,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이 정도면 이들을 국가에 해를 끼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칭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자국의 대통령이 싫다고 해도, 중국 주석이 자신들이 국적 대한민국의 대표자가 될 수 없음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중국 입장을 더 편드는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앞서 언급한 런민르바오는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로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언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국과 공산당의 이익에 부합하는 보도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문에다 안보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글을 게재하는 것 또한 국민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외교나 안보에 문외한이 아닌 사람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런민르바오를 비롯해 대부분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중국 언론들이 한국 보복을 주창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런 언론에 동조하는 것은 국익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에 대해 중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먼저 중국이 무슨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불가피하다면 일정한 불이익도 감수할 국가적 결의를 다져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조처를 하더라도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한국 역시 중국에 있어서 네번째로 큰 시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일방적인 보복은 불가능하다. 한·중 경제 구조상 중국의 무모한 겁박은 중국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대한민국이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님을 중국은 물론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사드는 현재로서 북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 마지노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 사드의 안전성을 명확하게 밝히고 성주 군민들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나아가 몇몇 국해(國害)의원들의 돌발적인 행동은 무시하고, 국론을 결집하고 정부의 정교한 대응책을 하루 속히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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