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프랑스 성당 테러에 전세계 경악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26일 프랑스 작은 마을의 성당을 공격해 노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IS가 정신적 상징인 성당을 공격해 미사를 집전하던 사제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에 이어 '종교 전쟁'으로 전선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IS는 인터넷과 각종 선전물에서 IS에 싸우는 국제동맹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일컬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하면서 "수 세기 동안 교회는 언제나 신성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더 잔혹한 범죄다"라며 "신자들은 정신적으로 충만해 있고 육체적으로 무방비 상태일 때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케니 총리는 이날 영국을 방문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테러"라며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했다. 교황청은 사건이 자칫 종교적 대립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절제된 성명을 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신성한 장소인 성당에서 사제가 살해되는 끔찍한 폭력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며 "최근 일어난 사건에 더해 커다란 고통과 함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사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는 힘을 모아 테러와 싸워야 한다"며 테러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나라도 같은 처지에 있으며 연대의 강한 끈도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분노와 공포에 휩싸였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단순히 한 사람이 숨진 게 아니라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한 사건"이라면서 "프랑스 사회를 위협하는 사건이다. 프랑스 사회는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 루앙의 교구 신부는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테러로 숨졌다는 점 때문에 모두가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프랑스 성당 테러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한다"면서 "피살된 아멜 신부의 친구와 가족에게 위로를 보내고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 신자들과 함께 다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와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책무를 공유한다"면서 "프랑스 수사 당국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대응을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 진행될 수사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40분간 차례로 40명 찔러
일본 최악의 장애인 혐오 사건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쿠이야마유리엔’에 전직 직원이 침입해 흉기를 휘둘러 19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관계자와 구급 요원들이 이날 오전 사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장애인 따위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일본 전후 사상 최악의 살인 사건을 저지른 남자는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손에는 혈흔이 묻은 날카로운 흉기가 든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랜 계획을 이룬 듯 “그 녀석을 해치웠다”고 했다. 26일 오전 2시30분쯤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의 장애인 수용시설 ‘쓰쿠이야마유리엔’에 무단 침입한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18~70세 남녀 1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피해자들이 이송된 도쿄 의과대학병원 의료진은 “강한 살의를 갖고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용의자는 이 시설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올초 그만둔 우에마쓰 사토시(26)로 밝혀졌다. 그는 이날 오전 2시쯤 쓰쿠이야마유리엔 생활관 건물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장애인과 직원을 상대로 무참히 흉기를 휘둘렀다. 오전 2시45분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다. 현장을 빠져나간 우에마쓰는 차로 약 6㎞를 달려 경찰서로 가 자수했다. 장애인시설 앞에 설치된 CCTV영상엔 우에마쓰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오전 1시37분 그는 정문 근처에 검정색 세단을 세운 뒤 트렁크를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흉기가 든 가방과 건물 유리창을 깨는 데 쓴 긴 망치였다. 149명의 지적·중증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는 이 곳은 무단 출입을 막기 위해 평소 24시간 문을 잠근다. 동쪽 생활관에 침입한 그는 결속 밴드로 직원 1명을 묶고, 빼앗은 열쇠로 방문을 열며 차례로 장애인 수용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50m 떨어진 서쪽 생활관까지 이동해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차로 돌아오기까지 약 40분동안 그가 찌른 사람만 40여명. 오전 3시쯤 경찰서에 도착한 우에마쓰는 “내가 칼로 찌른 게 맞다”고 진술했다. 당시 경비 1명과 야근 직원 8명이 이 시설에 있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평소 장애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우에마쓰는 장애인시설에서 일하면서도 평소 장애인에 대한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한 지인에게 “장애인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에게도 편하고 좋다. 장애인 시설을 돌며 10월까지 600명을 죽이겠다. 우선 내가 있는 시설부터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14일 도쿄에 있는 일본 중의원 의장 공관을 찾아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엔 “일본을 위해 장애인 470명을 말살하겠다” “나의 목표는 중증 장애인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활동이 힘들면 보호자 동의를 얻어 안락사할 수 있는 세계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우에마쓰는 지난 2월 동료 직원에게 “중증 장애자의 대량 살인은 국가(일본)의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져 경찰에 의해 긴급 입원 조치돼 정신감정을 받기도 했다. 이때 소변·혈액 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와 병원 치료를 받았다. 우에마쓰는 범행 현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주택에서 혼자 살았다. 4~5년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이었다. 이웃들은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인사도 잘하고 성격이 참 밝았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이번 사건은 희생자 규모에서 일본 전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을 보인다. 1995년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13명 사망)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사회적 약자로 꼽히는 장애인들을 타켓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과거 일본에선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묻지마 살인’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면, 최근엔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감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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