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무원들이 드디어 마음놓고 골프를 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공식적으로 공무원들의 골프 금지령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경제 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살리기’ 라는 명분으로 ‘그린’으로 향했다. 지난 30일 유 부총리가 경제인들과 골프 회동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어졌던 ‘공직자 골프 금지’가 2년 2개월여 만에 풀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직사회에서 ‘골프’는 금기어와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현역 군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되면서부터다. 이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공직사회에서는 이 발언이 ‘골프 금지령’으로 굳어졌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골프를 ‘내수 활성화’와 연결짓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2월 국무위원과의 티타임에서 “골프가 침체돼 있다. 활성화를 위해 좀 더 힘써달라는 건의를 여러번 받았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약속을 잡았지만 5월 메르스가 확산되고, 경제도 함께 침체되면서 무산됐다. 그리고 지난주, 박 대통령은 한국의 주요 언론사의 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골프를 좀 자유롭게 쳤으면 좋겠다”면서 좀 더 명확하게 골프를 허용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 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그냥 골프 치러 나가면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여겨지니 바쁘겠다고 순수히 생각한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 나흘 만에 유 부총리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연합회장과 퍼블릭 골프장인 경기도 남여주 컨트리클럽에서 골프 라운딩을 했다. 동행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 조가 되어 골프를 쳤다. 그린피 12만5천원과 캐디·카트비는 여덟 사람이 똑같이 나눠 냈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유 부총리가 누구와 공식적으로 골프를 치는지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조선·해운 등 한계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대량 실업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기업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았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해외에 나가서 골프를 치기보다 이왕이면 국내에서 치라는 의미가 있다”며 내수활성화의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골프를 마친 후 인근 세종대왕릉을 들렀다가 여주 쌀밥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유 부총리는 “골프를 친 후 주변 관광지에도 들르고 지역 특산물도 먹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경제인들과 4시간 가까이 골프를 치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경제살리기 대안책을 논의하는 장소가 굳이 골프장이어야 하는 걸까. 골프를 마치고 관광지를 돌아보고 지역특산물을 먹는 것도 말이 좋아 내수활성화이지, 사실상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논 것이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라운딩에 방해가 된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어, 골프장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하는 장소로서 직접적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공무원들의 라운딩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귀족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보통 귀족 스포츠는 시간과 돈이 요구된다. 한국의 골프장 대부분은 도시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어서 한국같이 교통이 혼잡한 나라에서는 이동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한 라운드를 도는데 4시간 정도를 강요하지만 실제 그 이상 걸리는게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오고가는 시간 4시간 정도만 더해도 골프 한 라운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만 거의 10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골프장은 대단히 넓은 곳이다. 그곳에서 동반자와 캐디 이외에는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은밀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때문에 뒷거래도 오갈 수 있다. 더우기 사업적, 또는 친목으로 치는 골프는 절대 그냥 헤어지지 않는다. 뒷풀이 식사, 오락, 또는 술자리는 으례 정해진 코스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싹틀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에서 골프 그린피와 캐디, 저녁값까지 감안하면, 한사람당 최소 30만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혹 내기 골프라도 이뤄진다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박봉의 공무원이 이런 골프를 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비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비싼 그린피를 매번 낼 수 없으니 골프 접대를 받아야할 것이고, 부정적 담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면 그걸 중요한 손님에 대한 접대라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고급스런 식당에서 한대에 5만원 이상하는 한우 갈비를 먹거나 아니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안심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면 접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골프는 생각보다 상당히 중독성이 강하며 추종도가 높은 스포츠이다. 그래서 골프를 즐기게 되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라운딩을 하거나, 라운딩이 없더라도 연습장은 꼭 가게 된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골프를 시작하게 되면 레슨비를 시작으로 최고급 골프채와 골프의류, 신발 등을 구비해야 한다는 허영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공무원의 박봉으로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 반면 미국에서 골프는 타켓이나 월마트에서 200달러짜리 클럽을 사서 라운딩을 해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된 스포츠다. 동네 근처에도 골프장이 산재해 있어 골프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날씨만 좋으면 자전거에 골프채를 싣고가서 골프장에서 놀 정도로 생활 스포츠의 수준이다. 물론 라운딩하는데 드는 비용도 한국에 비해서는 월등히 저렴하다. 웬만한 곳은 카트를 포함해도 40-70달러 사이인데다 쿠폰북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도 있다. 또, 캐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평민 스포츠의 단면이다. 브랜드 골프복을 입지 않아도, 비싼 골프채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런 자유 분방한 분위기가 골프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골프는 아직까지는 여전히 돈과 시간이 요구되는 귀족 스포츠다. 물론 공무원들에게 언제까지나 골프를 금지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내수활성화를 모색한다면 차라리 공무원 골프 금지령 해제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상으로 골프 대중화 방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순서이다. 골프장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린피를 내리고, 아마추어를 위한 다양한 가격대의 골프채와 저렴한 골프용품들의 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비싼 귀족 스포츠를 공무원에게 허락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또다른 라운딩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작년 2월 국무위원과의 티타임에서 “골프가 침체돼 있다. 활성화를 위해 좀 더 힘써달라는 건의를 여러번 받았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약속을 잡았지만 5월 메르스가 확산되고, 경제도 함께 침체되면서 무산됐다. 그리고 지난주, 박 대통령은 한국의 주요 언론사의 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골프를 좀 자유롭게 쳤으면 좋겠다”면서 좀 더 명확하게 골프를 허용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 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그냥 골프 치러 나가면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여겨지니 바쁘겠다고 순수히 생각한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 나흘 만에 유 부총리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연합회장과 퍼블릭 골프장인 경기도 남여주 컨트리클럽에서 골프 라운딩을 했다. 동행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 조가 되어 골프를 쳤다. 그린피 12만5천원과 캐디·카트비는 여덟 사람이 똑같이 나눠 냈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유 부총리가 누구와 공식적으로 골프를 치는지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조선·해운 등 한계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대량 실업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기업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았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해외에 나가서 골프를 치기보다 이왕이면 국내에서 치라는 의미가 있다”며 내수활성화의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골프를 마친 후 인근 세종대왕릉을 들렀다가 여주 쌀밥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유 부총리는 “골프를 친 후 주변 관광지에도 들르고 지역 특산물도 먹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경제인들과 4시간 가까이 골프를 치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경제살리기 대안책을 논의하는 장소가 굳이 골프장이어야 하는 걸까. 골프를 마치고 관광지를 돌아보고 지역특산물을 먹는 것도 말이 좋아 내수활성화이지, 사실상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논 것이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라운딩에 방해가 된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어, 골프장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하는 장소로서 직접적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공무원들의 라운딩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귀족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보통 귀족 스포츠는 시간과 돈이 요구된다. 한국의 골프장 대부분은 도시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어서 한국같이 교통이 혼잡한 나라에서는 이동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한 라운드를 도는데 4시간 정도를 강요하지만 실제 그 이상 걸리는게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오고가는 시간 4시간 정도만 더해도 골프 한 라운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만 거의 10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골프장은 대단히 넓은 곳이다. 그곳에서 동반자와 캐디 이외에는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은밀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때문에 뒷거래도 오갈 수 있다. 더우기 사업적, 또는 친목으로 치는 골프는 절대 그냥 헤어지지 않는다. 뒷풀이 식사, 오락, 또는 술자리는 으례 정해진 코스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싹틀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에서 골프 그린피와 캐디, 저녁값까지 감안하면, 한사람당 최소 30만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혹 내기 골프라도 이뤄진다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박봉의 공무원이 이런 골프를 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비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비싼 그린피를 매번 낼 수 없으니 골프 접대를 받아야할 것이고, 부정적 담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면 그걸 중요한 손님에 대한 접대라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다. 하지만 고급스런 식당에서 한대에 5만원 이상하는 한우 갈비를 먹거나 아니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안심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면 접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골프는 생각보다 상당히 중독성이 강하며 추종도가 높은 스포츠이다. 그래서 골프를 즐기게 되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라운딩을 하거나, 라운딩이 없더라도 연습장은 꼭 가게 된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골프를 시작하게 되면 레슨비를 시작으로 최고급 골프채와 골프의류, 신발 등을 구비해야 한다는 허영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공무원의 박봉으로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 반면 미국에서 골프는 타켓이나 월마트에서 200달러짜리 클럽을 사서 라운딩을 해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된 스포츠다. 동네 근처에도 골프장이 산재해 있어 골프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날씨만 좋으면 자전거에 골프채를 싣고가서 골프장에서 놀 정도로 생활 스포츠의 수준이다. 물론 라운딩하는데 드는 비용도 한국에 비해서는 월등히 저렴하다. 웬만한 곳은 카트를 포함해도 40-70달러 사이인데다 쿠폰북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도 있다. 또, 캐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평민 스포츠의 단면이다. 브랜드 골프복을 입지 않아도, 비싼 골프채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런 자유 분방한 분위기가 골프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골프는 아직까지는 여전히 돈과 시간이 요구되는 귀족 스포츠다. 물론 공무원들에게 언제까지나 골프를 금지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내수활성화를 모색한다면 차라리 공무원 골프 금지령 해제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상으로 골프 대중화 방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순서이다. 골프장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린피를 내리고, 아마추어를 위한 다양한 가격대의 골프채와 저렴한 골프용품들의 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비싼 귀족 스포츠를 공무원에게 허락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또다른 라운딩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현주 편집국장
hjkim@focuscolor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