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예상치 못했거나 혹은 기대이상의 상황과 경험을 이야기 할 때, ‘도저히 말로써는 표현 못하겠다’고들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언어로 어떤 의미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자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수 많은 작곡가들은 아름다운 시를 택하여 음악으로 노래한다. 어떤 명제나 철학적인 의미를 음악에 도입하여 예술의 미로 탄생시킨다. 러시아 작곡가인 무소르스키는 여러 장의 그림을 감상하여, 화폭에 담긴 그 메시지를 음악으로 옮겼다. 프랑스의 작곡가인 드뷔시는 어떤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 느낌을 최대한 오선지에 잘 옮겼다. 언어를 전달 할 때도 토시 하나가 중요하듯이 작곡가들은 주어진 언어를 음악으로 재탄생 시킬 때 그 의미에 최대한 표현을 위해 탁월한 최고의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이제 ‘메시아를 찾아서’의 마지막 시간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메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짜임새 중 텍스트 페인팅 (Text Painting: 음악적 기술의 하나로써 가사에 나타나는 의미를 음악에 반영시키는 방법)과 솔로 레치타티보와 에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 텍스트 페인팅 (Text Painting or Word Painting)
주어진 가사를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음악적 재료들(조성, 음역, 리듬, 하모니 등)을 통해 반영 시키는 방법을 텍스트 페이팅 혹은 워드 페이팅이라 하며, 바로크 시대 이전 르네상스 작곡가들이 이미 즐겨 사용하던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하늘’이라는 가사를 음악으로 나타낼 때, 높은 음역에서 사용하고, ‘땅’이라는 가사를 나타낼 때는 낮은 음역으로 뚝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 텍스트 페이팅 기법은 헨델 역시 ‘메시아’에서 자주 사용 되고 있는데, No. 3 테너 영창, ‘모든 골짜기 높아지리라’를 보면 헨델은 ‘굽은(crooked)’이란 가사를 마치 포물선처럼 멜로디를 움직이게 하였고, 반대로 ‘평지(Plain)’란 가사를 한 음을 오래도록 지속하여 별 움직임이 없도록 표현하였다.

No.5은 베이스 서창으로 구약 성경의 학개 2장 말씀을 인용한다. 인용된 구절에 ‘진동(shake)’이란 가사가 사용되는데, 헨델은 마치 요란한 진동이 일어나듯이 짧은 16분 음표를 아래 위 반복적인 빠른 리듬 패턴을 통해 그 의미를 표현한다. No. 17, 합창, ‘높은 곳에 하나님께 영광’에선, 가사 ‘높은 (highest)’은 모든 합창과 악기들이 강한 다이내믹과 함께 최고의 음에 머물도록 하는 반면, 가사 ‘Peace (평화)’ 와 ‘Earth (땅)’은 부드러운 다이내믹과 함께 최저 음에 머물도록 그 의미를 그림처럼 그렸다. No. 26, 합창, ‘양떼 같이’에서도 재미 있는 텍스트 페이팅이 나온다. 가사 ‘헤메었네(stray)’와 ‘돌아서다(turn)’를 헨델은 그 의미대로 빙빙 돌듯이 멜로디로 표현하고, 한 음을 중심으로 아래 위로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하여 악보상에서 그림을 그리 듯 표현하였다.

4. 솔로의 레치타티보(서창)와 에어(영창)
소프라노, 알토, 테너, 그리고 베이스 솔로파트는 전체적인 ‘메시아’ 진행에 있어 무게 있는 강한 감정전달과 앞 뒤의 상황을 매끄럽게 연결 해 주는 다리 역할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레치타티보란 오페라에서 대사를 말 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을 말한다. 이 때, 반주가 콘티뉴 (통주 저음 악기: 첼로, 더블 베이스, 바순, 하프시코드) 악기만으로 할 때가 있는데, 이를 레치타티보 세코 (Recitative Secco)라 부르고, 더 많은 관현악 반주로 할 때를 레치타티보 아콘파니아토 (Recitative Accompagnato)라 부른다.

오페라에서 주연들의 아리아 역할이 오라토리오에선 영창(Air)이 담당한다. 오페라 아리아의 다 카포(Da Capo)형식이란, 시작 부분(A)과 그와 상반되는 부분(B), 그리고 다시 시작 부분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시작 부분이 장조이면, 상반되는 부분은 단조이고, 시작 부분이 빠르고 경쾌한 부분이면, 상반 되는 부분은 어둡거나 느린 서정적인 것을 말한다. ‘메시아’에서 다 카포 형식의 영창들을 예를 들자면, No.18, 소프라노 영창, ‘기뻐하라 시온의 딸들아’, No. 23, 알토 영창, ‘주는 멸시를 당하시고’, 그리고, No. 48, 베이스 영창, ‘나팔 소리가 나매’가 있다.

‘메시아’ 연주를 앞두고
다섯 번에 걸쳐 짧지만 ‘메시아를 찾아서’란 타이틀로 함께 여정을 떠나 이제 곧 연주를 앞두고 있다. 음악인으로서 이번 ‘메시아’ 연주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큰 학문의 수확임에 틀림없다. 동시에 함께 하는 모든 연주자에게도 잊지 못할 큰 경험이 될 것이다. 5개월에 걸쳐 단원들과 함께 ‘메시아’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연습하며, 숭고한 헨델의 음악 앞에 그의 정신과 마음에 가까이 다가 가려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었지만, 사실 미흡한 부분이 혹 있을까 조심된다. 가사를 읽고 묵상하는 동안, 음악이란 그림 속에 표현되는 살아있는 메시지를 느끼는 동안, ‘메시아’를 마음껏,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느끼며 경험했다. 살아 계신 ‘메시아’를 알 수 있었다. 악보 속에서, 그리고, 바로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