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폭스바겐에서는 저희와 함께 해온 수많은 분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해야하는 모든 것을 다 하겠습니다.폭스바겐 사태로 전 미국의 자동차업계 안팎이 들끓는 가운데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 마틴 빈터콘이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입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내 판매 된 50만대 가까운 차량들에 대해 리콜 명령을 받았고, 대응 방안이나 성명에 관련 없이 주가는 20% 곤두박질 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해당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미국 당국으로부터 18빌리언 달러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벌금으로 끝나면 다행이고 그 정도로만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 판매되는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2009년 모델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디젤 엔진 장착 차량들이 실제 주행 모드와 배출가스 시험인 다이나모 주행 모드를 구분하여,시험모드에서는 배출가스를 줄이고 실제 주행에서는 고성능을 위해 배출가스 제어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 주행에서는 10배에서 40배까지 연방 규정치를 넘어서는 질소산화물(NOX) 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엔진을 제어하는 컴퓨터가 차량의 작동 상태에 근거하여 현재의 상태가 실제 주행인지 배출가스 시험을 위한 모의 주행인지를 판단한다면 그렇게 못하는 차량보다 더 똑똑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운전함으로써 환경보호에 내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다 비싼 디젤 엔진을 선택한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회사의 기만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며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질소산화물의 성격상 이를 줄이기 위한 주행모드의 조작은 연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이 사태에 해당되는 차량은 2009~2015년형 폭스바겐 제타,비틀,골프, 2014~2015년형 파사트, 2009~2015년형 아우디 A3 입니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폭스바겐의 시장 점유율은  3.5% 에  그룹 순위 9위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가 7위, 기아자동차가 8위입니다. 전세계적으로는 토요타와 1위를 다투는 거대 기업인데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미국 시장을 잡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풀 라인업으로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토요타에 맞선 폭스바겐의 대응책은 클린 디젤 엔진이었습니다.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낮은 RPM에서도 출력이 좋고 유해 배출가스량이 현저히 적다는 마케팅 전략에 더불어, 친환경적이면서 프리어스같은 하이브리드 차보다 월등한 주행성능을 지님과 동시에, 개솔린 차보다 월등히 좋은 연비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 들였습니다. 폭스바겐 홈페이지에 파사트 TDI 디젤 차량은 시내 연비 30 MPG 고속도로 44 MPG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연비와 유럽 스타일의 고성능을 위해서 치루었던 댓가가 배출가스 악화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주행 모드 구분에 의한 차별화 제어를 적용한 것입니다.

    “내 차는 잘나가는데 연비도 좋아.”이러면 누구나 좋아하지요. 연비가 좋다는 이야기는 효율이 좋은 엔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고 좋은 효율의 엔진은 불완전 연소에 의한 유해 배기가스의 양이 적지요.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NOX는 연소실의 온도에 의한 영향이 지배적이라 완전 연소로 엔진이 빵빵하게 잘 돌아갈 때 다량으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배출가스를 줄이려면 눈물을 머금고 수단을 강구해 연소를 방해해야 하는 것이지요. 분명 그 과정에서 출력과 연비의 손실이 따라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과되는 벌금은 별도로 생각해도 폭스바겐은 후속 대응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팔려 나간 모든 차량을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회수하거나, 소비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문제 차량들에 부가 장치를 달아서 하드웨어적으로 배출가스를 줄이거나 , 컴퓨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는 방안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규제치를 만족시키는 방안들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가장 손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력 손실과 연비 저하 문제에 대해서 과연 모든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더군다나  환경문제에 있어 한때 자부심이었던 디젤 차량 소유주들의 실망감은 가치로 환산하지 못하는 바, 현재까지는 보상할 방안 조차 모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에드먼드 닷컴의 온라인 차량 구입 가이드에서는 폭스바겐 소유주들에게 이 사태로 인해 폭스바겐 차량의 저평가 가능성이 부각되므로 당분간은 해당 차량 매각이나 트레이드를 하지 말고 결과를 주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준비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실망과 향후 발생할 차량 가치 하락에 의한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 사태는 이미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각국이 자국의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폭스바겐이 “숫자조작”을 하였는가에 대해 조사와 검토를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폭스바겐 차량 이외의 다른 메이커의 디젤 차량들도 이미 재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유럽 메이커들도 디젤엔진 차량을 미국 시장에 이미 시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작이나 과장이 다른 메이커에서도 발견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이 있을 것이며 미래 친환경 차량으로 디젤을 내세우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추락이 예상됩니다.

    반면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국, 일본 자동차업계나 전기자동차 업계는 반사 이익을 누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자동차 업계의 기술력은 다들 충분한 수준에 달해 있다는 전제 하에 다른 메이커들이 폭스바겐과 같은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섣부른 것입니다. 1937년에 설립되어 독일의 국민차 프로젝트, 2차대전의 전시 차량 생산 등 으로 성장하던 폭스바겐은 1964년 아우디를 합병하고 1990년대 후반 체코의 스코다, 스페인의 세아트 같은 유럽 메이커를 편입하며,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 같은 수퍼 럭셔리카 브랜드를 흡수하여 전세계적인 자동차 업계의 거인으로 자리 잡습니다. 굳이 이런 사태를 벌이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었을 터인데 숫자로 보여지는 실적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거대 기업이 누구나 탈 수 있는 저렴하고 튼튼한 국민차 개발로 시작한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정직과 윤리를 도외시 한 결과를 오늘 보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 경질이 거론되는 폭스바겐 사태에서 미국 환경청과 소비자 단체 등 관련 기관과의 합의에 의해 해결책이 조속히 도출되어 안정이 된다 하여도 부정직한 이미지로 굳어진 폭스바겐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입니다. 같은 독일의 BMW와 Mercedes-Benz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전세게 선두를 다투는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업계의 선두에 해당하는 기업체이지만,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빛나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도 기업이 지향할 방향을 적절히 제시하는 철학이 없으면 그들의 기술은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는 법입니다. 올바른 철학이 없는 지식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총알입니다.  다른 메이커들에게 이번 폭스바겐의 몰락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기보다는 스스로의 기업정신과 철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신영수 KS Automotiv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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