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발기를 피해라

      알바트로스는 현존하는 조류 중 날개가 가장 큰 새로 그 길이가 펼치면 3m에 육박한다고 한다. 유독 이 새를 좋아하는 이유는 알바트로스를 보면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알바트로스는 날갯짓을 한다기보다 긴 날개로 기류를 타면서 활강한다. 날개를 퍼덕이는 일반적인 조류와는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매나 독수리도 높은 고도에서 활강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날갯짓을 하지 않더라도 기류만 잘 타면 얼마든지 높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빼라니요?”
언급에 30대 후반의 발기부전 남성 K씨는 처음엔 못마땅해 했다. 그는 과음을 한 상태에서 성행위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자꾸 발기가 안 될까 봐 불안하고 그래서 발기 반응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온몸에 힘을 준다. 사실 그의 성기능은 신체적으로 심각한 고장이 났다기보다는 발기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니 발기 반응이 오작동해서 더 안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기능이나 정력을 힘에 비유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성 반응을 위해 몸에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힘을 주면 발기력이 올라올 것이라 여기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사실은 오히려 발기 반응에 역효과를 낸다.
음경은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근육 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경은 혈관 덩어리로 구성된 해면체에 혈액이 가득 차면서 물풍선이 부풀어 오르듯이 발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음경에 또는 엉덩이나 항문 주변에 힘을 줘서 발기를 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순간적으로 힘을 주면 발기가 더 잘 될 듯하지만, 이렇게 억지로 힘을 주면 발기가 유지되는 데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
쉬운 예로 수영을 할 때 힘을 빼야 물에 잘 뜬다. 자전거를 탈 때도 넘어질까 봐 무리하게 힘을 줘서 핸들을 잡으면 오히려 넘어진다. 수영이든 자전거든 무슨 운동이든 초보자일수록 힘을 주는 경향이 많고 그럴수록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쉽게 말해 발기력은 허공에 퍼덕이는 날갯짓이 아니라, 날개를 편히 펼치고 흥분 반응이라는 기류에 편히 몸을 싣는 ‘활공’이란 표현이 더 옳다.
더군다나 긴장은 우리 몸의 기능을 좌우하는 신체의 자율신경계 반응에도 악영향을 준다. 긴장할 때보다 이완 상태에서 발기에 필요한 부교감신경은 더 상승한다. 반면 긴장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이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강력한 혈관 수축제로 발기를 막는다. 의도적인 긴장은 아니 함만 못한 억지 노력이니 관두는 게 옳다. 성기능이 억제될 때 힘을 키우는 것보다 이완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얘기를 되돌려, 알바트로스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또 있다. 알바트로스는 배우자와 30년 가까이 해로하고 평생을 배우자 곁을 지키며 바람도 안 피운다. 그래서 전설이나 신화에 많이 나온다. 골프에서도 한 홀에서 기준 타수(par)보다 무려 3타를 적게 쳐야 이뤄낼 수 있는 ‘알바트로스’는 홀인원보다 더 확률이 희박하고 기쁜 일이다. 골프 레슨을 받거나 수영을 배워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을 필자는 성기능 장애 치료 중에 해야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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