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정기휴간이어서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동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배 구하러 간 선배도 어처구니 없이 목숨을 잃고, 구조 나간 배까지도 침몰해 난리가 났다. 실종자 가족과 온 나라가 침울해 있다. 천안함이 침몰 되어 46명의 실종 및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은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져 있다. 2주가 지났지만 실종자를 모두 찾지도 못했고 북한 개입설, 어뢰설, 피로파괴설, 암초설, 선내결함설 등 원인 규명 공방도 여전하다. 침몰 원인은 곧 밝혀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종자 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기적을 기다린 한 주였다.

이런 와중에 일본까지 합세해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이번에는 일본‘정부’가 나서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 전체에 독도를 자국 영해에 포함한 지도를 끼워 넣은 데 이어, 그저께 발표한 외무성 외교청서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 1980년대에 교과서 문제가 한일간 외교 마찰로 번지자 한 때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싣지 않은 적도 있지만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독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학습에 입각한 교육’을 하라고 요구해 사실상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급기야 지난달 말에 내놓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에서는 5종 전체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현하라고 요구했다.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권도 독도 문제를 역사 문제가 아니라 영토 문제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한국 정부의 감정적인 대응을 이끌어 내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정을 받자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한국의‘조용한 외교 정책’은 확실하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독도 경비대를 두면 뭐할 것인가. 일본에서 경비대 월급을 지급받을 생각이 아니라면, 가만히 두고 볼 시기는 지났다. 한국정부의 기발한 외교정책이 절실할 때다. 일본이 독도를 결코 넘볼 수 없는 기적을 만들길 바란다.

한국만 어수선했던 것은 아니다. 덴버에서는 박해춘씨가 실종되어 얘기하는 사람들 마다 한숨 소리가 깊다. 이곳에서 오래 산 올드 타이머들에게는 친구이며 동료이고, 한 세대 아래에서는 힘든 후배들 잘 챙겨주는 형님이기에 더욱 애가 탄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 이후로 연락이 두절되고, 설마 설마 했던 상황이 그 다음주 9뉴스에 방영되면서 사건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이 실종사건에 확실한 답은 나오고 있지 않다. 사건 발생 이후부터 계속해서 담당 경찰서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공개를 꺼려하는 눈치다. 오히려 전화를 건 우리측에게“그를 찾았냐”면서 물어본 적도 있다.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지가 의문스러웠다. 이러다가 단순 실종 사고로 처리될까 걱정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 신문마감이 한창인 신문사 사무실에서 폭스TV 기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경찰에서 갓 입수한 정보를 하나 건넸다. 박씨가 가장 마지막에 만난 사람의 사무실에서 피 자국이 발견됐고 사무실 주인이 실종된 박씨와 관련이 있는지를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서야 실마리가 풀리는 것일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경찰과 가족, 사립탐정까지도 모르는 고급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고마워서, 그가 요청한 대로 박씨를 알고 있는 한인 사회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박씨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보도를 당부했다.

이번 주 그릴리에 거주하는 12세 소녀가 실종된 사건과 비교해보면 커뮤니티의 반응이 다소 아쉽다. 벌써 10개 이상의 기사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주류사회의 관심이 뜨거운 반면 박씨에 대한 기사는 오늘까지 첫 날 보도된 기사 하나가 고작이다. 그 소녀에 대한 기사는 댓글도 많다.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 대해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명해야 한다. 모든 경우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주변인 모두가 도와야 한다. 우선 오늘,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의 사건 담당 영사에게 요청을 했다.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달라는 공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 일 전 친분 있는 쉐리프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다. 그는 수사에도 우선 순위가 정해지는데, 좀더 적극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그리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의혹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종된지 벌써 2주가 다 되어 간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가지 가능성이 무너지면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기적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기적에 기대를 걸고 싶다. 누구에게나 예견치 않은 사건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이야 말로 우리 한인사회에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협조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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