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필자에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다.   우리아이를 음악전공을 시키고 싶은데 조언을 바란다고. 대부분 그런 아이들은 나름 음악에 재능을 보인다고 부모님들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2세 아이들 대부분이 상당히 우수하여 웬만해서는 학교에의 Gifted/Talented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고, 다른 수업, 특히 수학에서 많이들 두각을 나타낸다. 음악의 재능이나 활동도 그와 비슷하게 다른 학생들보다 돋보일 수 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면 웬만한 음대에 들어가서 졸업까지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그렇게 음악을 전공하여 음대를 졸업하고 심지어 석/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으며, 음악을 전공하여 그것으로 생활까지 할 수 있게 일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에 반해, 또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을 찾기도 힘들고 돈도 벌기 힘든 것인데 음악교육을 전혀 시킬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여 투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음악교육은 꼭 필요한 것인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전인 르네상스시대 때는 음악이 예술이기보다는 과학, 수학, 천문학과 같은 학문으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요소보다는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요소들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음을 쪼개 나눌 때, 2분음표, 4분음표 등으로 나뉘며, 리듬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계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다보면 상당히 까다로운 리듬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작곡자가 의도한바를 추리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의 좌뇌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 가지고는 음악을 할 수 없다. 많은 상상력과 창의력뿐 아니라, 때론 비논리적인 감성 과 감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인간의 우뇌의 역할이다.  즉, 음악을 할 때,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어떠한 분야보다도 인간의 뇌의 모든 기능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음악활동을 통해 우리는 사회를 배우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요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점점 더 빨라지고  변하는 이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더 많은 학문을 습득하고 남보다 더 빨리, 많이 배워야 된다고 많이들 생각하신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메말라가고,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탄해 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특히 요즘 들려오는 한국소식을 접하다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고 느끼는 건 필자만이 아니리라. 왜그럴까?  우리는 그전보다 더 잘살고, 더 많은 것을 배우는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서로 어울려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만, 우리 아이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 졸업하고 나와, 좋은 직장에 가서 많은 돈을 벌어 대접받고 살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동료인 Dr. Jeffrey Douma가 교수로 있어 내년 가을학기에 필자가 방문하여 강의하기로 되어있는 예일대학교 음대에는 그가 지휘하는Yale Glee Club이라는 합창단이 있다. 그 합창단은 예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으로 154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데, 음대생들보다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합창단의 수준은 대단하다. 아마도 독자분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음악적 수준일 것이다. 단원들은 다른 전공을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악교육을 받아왔으며, 적어도 합창단 생활을 초,중,고 과정을 거치며 해왔을 것이다. 옛 단원들 중에는 부시 전대통령의 증조 할아버지등을 비롯한 미국 정계, 재계를 이끌며 미국의 지도자역할을 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많다. 어떻게, 또 왜 그렇게 그 힘든 대학에서 따로 시간을 쪼개서 합창단 생활을 했을까? 그이유는 합창단이라는 음악활동을 통해 다른 전공과목에서 배우며 느끼지 못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고 또 실질적인 활동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합창단이라는 공동체는 우리 사회의 작은 표본이다. 나와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한단체에 속하여 나의 소리를 조절해가며, 나만의 것을 주장하기보다는 남의 소리에 귀기울여 가며, 더 좋은 화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합창단원들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결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로는 절대 좋은 소리로 모아지지 않는다. 합창단 뿐만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좀 남보다 잘한다고 해서 다른 단원을 무시하여 자기 소리를 크게 낸다면, 전체의 화음을 망가뜨리는 소음이 될 뿐이다. 지금의 현대 사회는 이런 소음을 내는 이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남의 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자기의 주장과 생각만을 내세우며, 자기보다 좀 못하다고 해서 남들을 무시할 때, 우리 사회는 내적으로 병들어 간다. 우리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자.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단지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문명과 문화가 같이 공존해야만 한다. 또 단지 대학 입학원서에 한 줄 쓰기 위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또 All-State Orchestra 의 앞자리를 얻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닥달하고 훈련시키기보다는, 함께 활동하는 단원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훈련을 시키자. 음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 연습을 하더라도 나중에는 함께 연주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또 나눌 수 있는 관객이 있어야 한다.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한인 2세들이 음악활동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더불어 살며 양보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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