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가 좋았다. 신문사의 입장에서도 행사 때마다 후원금도 잘 들어왔고, 광고 수익도 눈에 띄게 좋았다. 최근 몇 주 동안 연말연시 여행으로 빠져나간 사람들 때문에 식당은 다소 주춤하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주류사회의 분위기도 한층 좋아 보인다. 지인 중 한 부동산업자는 지난 10년 중 최고의 해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달력 풍년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달력을 제작해 풍요로움까지 느껴졌다.   이른 새벽 필자는 이 주의 칼럼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옆에 지난 일 년 동안 붙어 있던 달력을 뜯으며 빼곡하게 적혀있는 스케줄을 한번 훑어봤다. 필자가 올해 제일 많이 한 일은 운동과 재판 준비였다. 운동은 살을 빼기 보다는 오히려 음식을 많이 먹기 위한 것이었고, 소송은 걸어왔으니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포커스 신문사와 필자를 상대로 걸어온 재판이 있었지만 결국 포커스의 승리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게재되겠지만, 여하튼 참으로 시간낭비적 행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소송을 통해 결국 ‘할 말 하는 정의의 펜대’가 승리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오히려 언론인으로서 흔들렸던 초심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인 대표 단체들의 활동도 다른 해보다 나았다는 평가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콜로라도 한인 역사상 처음으로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덴버광역한인회가 공동으로 기금마련 콘서트를 마련했는가 하면, 미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콜로라도주 한인회가‘동해병기법안’ 청원서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인 단체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구체화 되었다. 그러나 최근 덴버광역한인회에서는 해임되었던 이사장이 1년 만에 해임 절차의 부적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인회장을 본인 마음대로 해임하는 공고를 냈다. 이로써 덴버광역한인회는 현재 구설수에 오른 상태다. 우리는 그 동안 한인사회의 분란을 지겹게 보아 왔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동포사회의 싸움 자체가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잘 굴러가고 있는 한인회에 너무나도 생뚱맞게 초를 치는 형상이어서 황당할 따름이다. 이번에 공고를 의뢰한 조석산씨는 지난해 콜로라도주 한인 노인회장 후보자였을 당시에도 노인회와의 분란의 중심에 있었고, 이번에도 덴버광역한인회를 상대로 회장 및 집행부의 해임 공고를 내면서 한인회 분란의 중심에 서서 법정싸움도 불사할 태세다. 그러나 조씨의 해임절차는 1년 전에 벌써 끝난 일이었고, 애초 조 이사장 선임절차부터가 부적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각자가 팽팽하게 주장하는 부분은 해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적혀있는 회칙이다. 그런데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의 회칙이 헌법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덴버광역한인회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노인회간의 법정싸움 이후 더 잘해보자며 결성되었다. 콜로라도 한인회 역사의 오명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한인회로써, 이번 일로 인해 초심이 흔들릴까 염려스럽다.

     최효진 덴버광역한인회장은 조씨의 일방적인‘한인회장 해임공고’ 건과 관련해, 이를 실어준 해당 언론사에는 2주, 광고를 의뢰한 조씨에게는 1달간 내용을 정정 혹은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이후 포커스는 이를 정리해서 기사로도 보도를 하겠지만, 사실 이번 분란은 공고를 실어준 언론사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좁은 한인사회에서는 법보다 상식이 먼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사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자기 멋대로 적은 내용을 언론사가 확인절차도 없이 ‘현 회장을 해임한다’는 공고를 실어주었다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공고 내용은 교정도 제대로 보지 않아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또 공고에는 ‘덴버광역한인회’ 라는 정식 명칭이 아닌 ‘콜로라도 광역 한인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체이름이 적혀져 있다. 이번 공고 사태를 촉발한 코리아 위클리는 지난해 노인회와 조씨의 분쟁 당시에도 회장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조씨에게 ‘노인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고, 올해 한국전 참전용사 메달 수여식 기사 오보도 정정하지 않았으며, 중간선거 바로 직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의 소속당을 바꿔 기재해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교민노래자랑 행사 준비 등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현 한인회장을 해임한다는 공고를 확인절차도 없이 내보냈다. 이는‘김현주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광고를 내어 달란다고 무조건 실어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허무맹랑한 사실을 광고비 몇 푼 때문에 실어주는 것과 진배없다.

     필자는 동종업계를 흠집내려는 것이 아니다. 콜로라도의 한인 언론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이, 이런 신문사 때문에 잘하고 있는 언론사들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질까봐 한탄하는 모습으로 보는 것이 옳다. 광고 받는 것에만 연연하는 것이 초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평가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살다 보면 황당하게 일방적으로 싸움을 걸어와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란을 피하지 말고 직시하면서,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독자들의 역량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내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이 가득 했던 초심(初心)을 가지고 시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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