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휴대폰은 정자수를 줄인다

     “여성스럽게 웬 핸드백이야? 일수 가방도 아니고….”
각종 모임 때마다 어깨에 메고 다니는 핸드백은 자주 화제에 오른다. 모임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남자에게 핸드백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패션 감각(?)을 핀잔한다. 최근 동창 모임에서 공격당한 다음 이렇게 대응했다.
“자, 지금부터 각자의 휴대전화를 꺼내 볼까?”
아니나 다를까 예측대로 친구들은 십중팔구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핸드백을 갖고 다니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휴대전화의 악영향을 방어하는 훌륭한 건강 지킴이인 것이다.
몇 년 전 유럽 학회에서 헝가리의 페에슨 박사팀은 휴대전화를 늘 허리에 차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남성의 경우 정자 수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30% 이상 적고 성적 능력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올해 초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이 불임 남성 361명을 조사해 보고한 바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할수록 정자 수가 줄어들고 비정상적인 정자의 비율이 커졌다.
이외에도 휴대전화가 그 전자기파의 영향으로 뇌종양이나 심장질환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많은 사람은 휴대전화를 짧게 사용하면 괜찮겠거니 여기지만, 사용 중일 때보다 걸려올 때 전자기파의 악영향이 더욱 크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어디에 넣고 다니느냐는 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령 바지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리는 것은 성기능에 중요한 고환에는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정자와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고환 세포는 열이나 술 등의 유해물질에 상당히 취약하다. 고환 기능의 저하는 임신 능력과 성욕·발기력 등 성기능을 감퇴시킬 수 있다. 고환 세포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나 물질의 위험성은 연구진의 관심사로 등장한 지 오래다.
앞으로의 연구는 휴대전화의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하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제의 위험성이 제기된 마당에 굳이 휴대전화를 가까이 둘 필요는 없다. 불임과 성기능 저하에 대한 휴대전화의 해악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바지주머니에 넣거나 허리에 차지 말고, 핸드백이나 가방에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다.
여성은 핸드백에 휴대전화를 넣어 다니는 것이 일상화되어 불임 문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남성은 휴대전화를 주로 허리에 차거나 바지주머니에 넣는 경우가 많아 전자기파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휴대전화를 가방 등에 별도로 보관하고, 근무나 운전 중에도 호주머니에 지니는 것보다 손에 닿는 거리의 책상이나 선반에 두는 것이 낫다.
고환에서 10㎝도 떨어지지 않은 바지 호주머니에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넣고 지내는 것은 지뢰밭에서 뜀박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소한 휴대전화에 웬 호들갑이냐 여기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기 마련이다. 몸에 좋은 음식에 집착하는 것보다 해로운 습관을 버리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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