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이 있다면 세상의 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통과할 수 있을까? 자녀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스승이 바로 부모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떠한 시험을 통해 부모의 자격을 부여받은 게 아니다. 그냥 때가 되어 결혼했고 자녀를 낳았다. 결혼식 준비는 했지만, 결혼생활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은 채 결혼한 것이다. 부모가 되는 것 또한 그랬다. 결혼 후 준비하는 과정 없이 부모가 된 무면허 엄마, 아빠가 태반이다. 부모는 쉽게 되었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는 참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모들이 부모의 갈등이나 양육태도에 의해 자녀들의 삶의 질이 판이해 진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바쁜 삶을 이어가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사실 가정이 흔들리고 부모가 늘 갈등관계 속에서 지내게 되면 자녀 양육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선진국들이 부모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부모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신생아가 퇴원하기 전 부모들에게 육아나 부부 갈등 극복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신생아 부모교육 캠페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06년부터 이 사업에 매년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상대로 자녀 교육 및 부모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헤드 스타트(head start)’ 운동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뉴욕대학 연구팀에서 2~6세 어린이 1,025명과 그들의 가정환경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보고 부모의 싸움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가정에 불화가 많은 아이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가정에서 부모의 싸움이나 폭력 등 혼란을 겪으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신경생물학적인 부분이나 행동, 인지 능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한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 수 있다. 부모된 우리가 우리 자신의 화, 감정 혹은 걱정 등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잘못 배운 것들을 그대로 학습해서 건강하지 않은 가정생활이 세대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부모의 자녀사랑에는 건강한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이 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성장’과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건강한 사랑은 자녀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킨다. 자신이 부모로서 자녀를 성장시켰는지, 반대로 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되 무절제한 사랑이어서는 안 되며,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도록 만들어서 마치 부모의 사랑을 조건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서도 안 된다. 건강하지 않은 부모의 사랑은 자녀를 자라게 하지 않는다. 자녀를 살리는 사랑,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사랑이 참사랑인 것이다.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자녀는 한 조각의 빵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랑을 받았거나 아예 사랑받지 못한 자녀의 갈급함은 어떤 보화로도 채울 수 없다.
또한 부모의 건강한 사랑을 먹고 자란 자녀는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은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서 반드시 경험돼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왜냐하면 성인이 된 후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소중함에 대해 확신을 느낀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 확신과 가치를 빼앗기지 않는다. 아니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자신만의 진정한 자산이며 삶의 소중한 기둥이다. 이러한 자녀들은 자라면서 설령 좋지 않은 경험을 겪거나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그 가치를 지키려고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된다.

     오랫동안 상담을 하면서 부모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자녀를 망쳐놓은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부모의 끊임없는 갈등과 폭력 속에서 자란 자녀들이 방황하고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교육에는 왕도가 없고 부모 뜻대로 자녀들이 자라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성숙한 부모가 되어 아직은 미숙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다면 훗날 씁쓸한 추억으로 괴로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교육 지도자 마이클 팝킨은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얼마나 많은 운동 경기를 관람했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찬란한 광채 속에서 우리의 영상에 남아있는 것은 사랑했던 우리의 배우자와 자녀들과 친구들과 얼마나 충만한 관계를 맺었던가에 대한 회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자녀는 밥을 먹고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건강한 사랑과 온기와 감동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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