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저축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소비 역시 중요하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말을 줄여 단순하게 쓰는 게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한 부분까지 없애버려서는 안 된다.

ㄱ. 이들은 청바지에 면 티셔츠와 모자를 눌러 쓴 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ㄴ. 임금을 계속 동결하면 종업원의 사기 저하와 경기 회복에도 좋지 않다.
ㄷ. 이 정원엔 시원하게 물을 뿜는 분수와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피어 있다.

위 예문은 모두 비슷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서술어가 필요한 경우인데도 서술어 하나로 때워버린 것이다. 그 결과 ㄱ은 ‘티셔츠를 눌러 쓴 채’, ㄴ은 ‘종업원의 사기 저하에도 좋지 않다’, ㄷ은 ‘물을 뿜는 분수가 피어 있다’는 엉뚱한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를 고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각자의 서술어를 찾아주는 것이다. ㄱ은 ‘티셔츠를 입고’로, ㄴ은 ‘종업원의 사기가 저하되고’로, ㄷ은 ‘물을 뿜는 분수가 있고’로 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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