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로(Raffaello Sanzio:1483∼1520)의 작품들 가운데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드물다. 갈라테이아의 승리(The Triumph of Galatea)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라파엘로의 후견인이자 당시 로마의 은행가였던 아고스티노 키지(Agostino Chigi)의 별장 파르네지나(Villa Farnesina)의 벽면을 장식하기 위하여 제작된 프레스코화이다. 이 별장에 그려진 “세바스티아노 델 피욤세”의 벽화에 대응하여 구성된 작품으로, 그림의 주제는 피렌체의 시인 안젤로 폴리치아노(Angelo Poliziano)의 시 “라지오스트라”에서 영감을 받아서 따왔다.
그림 속에서 바다의 여신 갈라테이아(Galatea)는 조가비 배를 타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두 마리의 돌고래에 이끌려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다. 그 주변에는 갈라테이아의 동료들인 반인반어(半人半魚)의 해신 트리톤과 바다의 요정들이 환희에 찬 모습으로 갈라테이아를 반기고 있다. 그림 왼쪽에 괴물 폴리페모스(Polyphemus)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에서는 화살을 쏘려는 사랑의 신 큐피트가 있다. 그림 속의 모든 인물이 중앙의 갈라테이아를 중심으로 상반되게 그려져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갈라테이아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이며, 덕분에 이 작품에서 갈라테이아는 숭고하고 장엄한 바다 찬양의 중심 축으로 묘사되고 있다.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은 “우유 빛깔의 여자”라는 뜻이다. 갈라테이아는 시칠리아(Sicily) 바다의 님프로, 늙은 바다의 신 네레우스(Nereus)의 딸 50명 중 하나로, 시칠리아의 칼라테이아라고 불린다(네레우스의 딸들은 '네레이데스'라고 불린다.) 작품 속에 보이는 또 한명의 여자가 네레이데스 중 한명이다. 갈라테이아의 명성은 목신 판과 강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미남 청년 아키스(Acis)와의 사랑으로 유명하다. 둘은 열렬히 사랑했으며, 상대방의 동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키스에게는 연적이 있었다. 바로 괴물 퀴클롭스(Cyclops; 외눈박이 거인 족) 중 하나인 폴뤼페모스(Polyphemus). 그 역시 갈라테이아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갈라테이아와 함께 나눌 수 없었으며, 그녀를 애타게 열망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홀로 피리를 연주하고 연가를 부르면서 자신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정한 모습의 갈라테이아와 아키스가 그의 눈에 띄었다. 폴뤼페모스는 절망과 질투심, 분네 휩싸여 바위를 집어들어 두 연인에게 세차게 내던지고 말았다. 갈라테이아는 다행히 바위를 피했지만 아키스는 그만 바위에 깔려 죽었다. 이에 갈라테이아는 슬퍼하며 아키스의 몸을 강으로 변신시켰는데, 아키스강(the Acis)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림은 자못 동적이고 또한 극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가 그린 종교화의 정적인 숭고함과는 대조적이다. 이 그림은 형체 구조의 정확한 묘사로 입체감을 주는 조각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또한 이 그림은 갈라테이아를 비롯한 주변 형상들은 고매하고 온화한 휴머니티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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