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서 우울증의 원인과 종류 그리고 주변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인지왜곡으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을 벗어나는 간단한 상담기법의 예를 제시하였다. 사실 우울증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는 동안 놀라울만큼 꽤 많은 분들에게서 문의 전화를 받았고, 용기를 내어 상담 요청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우울증이 왜 이토록 위험한 지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 해 왔지만, 이번으로 우울증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우울증은 그저 쉽게 간과해서는 안되고 치료를 꼭 받아야만 하는 분명한 병이라는 것과 그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울증이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외톨이가 되어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저 혼자서 참고 끙끙 앓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한국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자살 소식에서 우울증이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은 우리가 익히 주지하는 바이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10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한국인의 우울증과 자살률은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의 중요한 원인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아직도 한국 사회 및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은 대부분 정신과에서 다루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은 될 수만 있으면 숨기고 싶어한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부모 세대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초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져 때가 늦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이다.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우울증 치료의 첫걸음은 가족 또는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절대 혼자서 끙끙 앓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내향적인 성향이 많은 한국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인의 우울증 표현지수는 미국인보다 30% 가량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화 상대도 없고 스스로를 개방하는 것 또한 많은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쉽게 자신의 문제를 오픈하는 것에 갈등을 겪는다. 또한 우울증 내담자들을 보면 가족 중에 우울증을 겪는 또 다른 구성원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더더욱 남들이 알게 될까봐 숨기게 되고 속으로 병을 더 키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화는 물론 감정조절도 쉽지 않으며 자기 표현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더욱 더 심리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게 되어 위험도가 더 높아지고 결국 극단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단코 우울증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하는 병이다. 행여나 직장에서 해고당할까봐, 혹은 남들이 알게 되어 흉보고 비난할까봐 우울증 사실을 숨기면서 병을 키우게 되면 오히려 판단력이 흐려져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때는 차라리 회사에 알리고 잠시 휴직을 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우울증으로 인해 고립된 개인이 자신의 생각 속에서 스스로 가지게 되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주변상황에 대해 인지적 오류를 범하게 되면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내담자들은 주로 자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지속적으로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인지 왜곡이나 부정적인 관점을 깨닫고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내담자 자신이 겪은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인지적 오류를 깨달으면서 인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여기서 요즘 청소년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가면성 우울증’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가면성 우울증’은 청소년들의 우울증이 특히 스마트폰 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과 같은 위장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에를 들면 아이는 우울증인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중독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우울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인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만을 고치려 한다. “인터넷 중독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 인터넷 중독에 빠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부모들은 무조건 인터넷만 그만두게 하는데, 정작 그 뒤에 숨은 심리적 요인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울증은 단순하지만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드러난 증상만이 아닌 심리적인 부분을 통찰해야 하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 회피하고 방어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면 극복하기 어렵다.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용기를 내어 전문 상담가를 찾아야 한다. 누구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지위고하나 빈부,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울증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심리적 장애이다. 이제 부디 용기를 내어 우울증을 밖으로 드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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