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 간지러움

      “간지러워서 못 참겠는데 어떻게 자극을 받아?”
“당신은 흥분을 원한다면서, 간지럽다고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 피하잖아.”
30대 중반의 C씨 부부는 성(性) 트러블이 심하다. 남편은 아내가 자극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아내는 남편을 자극하려 해도 간지럽다며 피해버리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서로 불평하기 바빴다.
“남편이 간지럽다고 여기면 적어도 아내는 자극을 잘 하는 것이죠.”
부부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필자가 아내 편을 들자, 남편 C씨는 펄펄 뛴다. 어떻게 간지럼이 성 흥분이 될 수 있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성의학적인 관점에서 C씨가 주장하는 성 흥분의 적(敵)인 간지럼은 흥분의 적이 아니라 흥분을 위한 프롤로그가 맞다. 그런데 간지럼에 집착해 그 이상의 성 흥분을 느끼지 못한 채 자극을 기피하거나 진정한 성 흥분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자연스런 흥분으로 이어져야 할 자극(촉감)이 간지럼이란 거부반응으로 인해 그 이상의 흥분이 차단되는 것이다. 자극을 가했을 때 자꾸 간지럽다며 밀어낸다면 이는 간지럽히는 쪽보다 간지럽다는 쪽이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엄밀히 말하면 간지럼·애태움은 성적 자극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다.
간지럼이란 일견 사소한 문제가 성의학에선 중요한 이슈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발기부전·조루·지루 남성, 불감증 여성, 성 기피증 남녀 환자 중엔 극단적인 신체적 결함보다 자연스런 성감을 느끼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성 치료에 있어 행동요법의 골자는 성감 초점훈련이다. 이 훈련에선 간지럼에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간지럼 때문에 상대의 소중한 자극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자극보다 오로지 가슴이나 성기에 국한된 거친 자극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대 서양 역사를 보면 황제나 여제가 성 흥분을 위해 비밀스런 마사지 전문가를 동원했다는 기록이 꽤 남아 있다.
분석적으로 말하자면, 간지럼에 민감하거나 이를 못 받아들이고 밀어내는 환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스킨십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대인관계에서 부담·어색함이 있거나, 평소의 긴장·불안이 자기 방어적 신체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살짝만 건드려도 화들짝 움츠려드는 미모사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반사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성적 자극을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 피해야할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
C씨도 다소 무뚝뚝하고 엄했던 아버지의 지나친 체벌과 소심하고 예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적절한 친밀감과 따스한 스킨십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성장배경이 있었다.
학술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온 몸이 성감대다. 간지러운 부위는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성감대 중 한 곳이다. 만약 자신이 상대의 성적 자극에 자꾸 간지럽다며 피하거나 몸이 굳어진다면, 충분한 이완상태에서 간지럼의 경험에 오히려 적응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꾸 간지럽다고 피하지 말고 처음엔 힘들더라도 간지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더 자연스런 성 흥분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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