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과 유혹의 계절, 여름이 절정이다. 휴가에 설레는 만남을 기대하는 이들은 이성을 단번에 사로잡을 묘책이 없냐고 묻기도 한다. 남녀 모두 에게 즉각적인 유혹의 근원은 시각적 자극이다. 이성을 끌어들이는 신체적 매력에는 몸매에 대한 비밀스러운 수치가 있다. 그 수치가 여성의 경우 0.7이고, 남성은 1.33이다.
0.7은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비율 (WHR·Waist Hip Ratio)의 이상적인 수치다. 밀로의 비너스나 메릴린 먼로의 몸매가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강한 매력을 느끼는 여성의 몸매는 엉덩이에 비해 잘록한 허리로, 그 비율이 0.7에 해당하는 S라인 형태다. 이는 영국의 토비 박사 등 많은 이들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 WHR 0.7에 가까운 여성은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로 인해 임신 가능성이 높고, 더 어린 나이에 임신하며, 유산의 위험도 낮아진다. 즉 WHR 0.7의 수치는 여성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이고, 이런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이다.
반면 남성의 딱 벌어진 어깨, 넓은 가슴에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역삼각형 몸매에 여성은 강한 매력을 느낀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에서는 19세부터 65세 사이의 여성 700명에게 30가지 다양한 형태의 남성 몸매를 보여주고 매력을 느끼는 정도를 조사했다. 복부비만형이나 전봇대 같은 일자형 몸매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역삼각형 몸매에 여성들은 강렬한 호감을 보였다.
V자의 역삼각형 남성은 높은 남성호르몬 수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여성도 성기능이 건강한 남성을 찾아내는 본능이 뇌의 시각중추에 코딩되어 있는 셈이다. 여성이 호감을 느끼는 남성 체형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남성의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WHR)이 0.9~1.0이고, 가슴과 허리의 비율(CWR:Chest Waist Ratio)이 1.33일 때 여성이 가장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WHR 0.9와 CWR 1.33의 비율대로 체형을 그려보면 마치 로봇 태권 V의 몸매에 가까운 V라인의 역삼각형 체형이 된다.
이 여름에 남성 누구나 로망인 V자형을 당장 만들 수 없다면 임시방편도 있다. 옷맵시를 통해 시각적으로 체형을 커버할 수 있다. 여성들은 남성정장에 종종 성적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양복 상의 깃이 V자에, 가운데 넥타이를 두는 형태로 성적 의미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높은 남성호르몬과 강한 남성성을 암시한다. 너무 격식이 강한 정장이 아닌 콤비 상의도 도움이 되는데, 콤비 상의를 뜻하는 블레이저(blazer)가 사실은 ‘불타오르다’는 어원을 가진 것도 바로 이런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아주 캐주얼한 옷을 입을 때도 V 넥(neck) 형태가 라운드 넥보다 낫다. 라운드 넥이나, 차이니즈 넥 형태의 복장은 단정하고 스마트한 인상을 줄지는 몰라도 성적 매력과는 거리가 먼 복장이다. 재미난 해석을 덧붙이자면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의 로망 로봇 태권브이의 떡 벌어진 가슴에 자리 잡고 있던 V자 모양이 사실은 강한 남성성의 무의식적 표현이었을 수 있다. 성의학자로 살면서 불혹의 나이에 비로소 태권브이의 탄생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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