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별이 총총히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할 때가 많다. 은하수를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까마득할 수도 있다.
‘은하수의 기원’은 야코포 틴토레토(1518~1594)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이 작품은 헤라 여신의 젖이 은하수를 형성한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표현했다. 틴토레토는 이 장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에로틱하게 표현했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으로 모습을 바꿔 그녀를 유혹해 헤라클레스를 낳는다. 그 때문에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제우스는 어린 아들 헤라클레스에게 영생을 보장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헤라의 원한이 염려스러웠다. 제우스는 꾀가 많은 메르쿠리우스 신에게 헤라의 원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헤라의 모성애를 자극하면 헤라클레스에 대한 그녀의 원한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메르쿠르우스 신은 헤라가 잠든 틈을 타 헤라클레스를 그녀 몰래 젖가슴에 안겨주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엄청난 힘으로 헤라의 젖을 빨았다. 여기서 새어나온 젖은 하늘에 닿아 은하수가 되었고 땅으로 떨어진 젖은 백합이 되었다.
헤라는 젖을 먹고 있는 헤라클레스가 귀여워 품고 있던 원한을 거두어드린다. 결국 모성애를 자극하겠다는 메리쿠르우스 신의 꾀가 성공한 것이다.
‘은하수 기원’은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헤라 몰래 젖을 훔쳐 먹게 하다가 헤라가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작품에서 공중에 떠 있는 붉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제우스다. 그 아래 발톱으로 번개를 움켜쥐고 있는 독수리는 번개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질서를 부여하는 제우스를 상징한다.
화면 오른쪽 공작새는 헤라의 상징물이고 어린 소년이 들고 있는 그물은 제우스가 아내 헤라 몰래 사랑에 빠져 헤라클레스를 낳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암시한다. 헤라의 젖을 빨고 있는 헤라클레스는 이 작품에서 아직 신의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헤라클레스 입에서 빠져나온 젖줄기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야코포 틴토레토의 이 작품은 프라하에 있는 루돌프 2세의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4점의 연작 중 일부로, 이 작품은 구조적으로 불균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1648년께 하단부 부분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신화의 내용이 다 보이지 않는다. 소실된 부분은 백합꽃들이 피어 있는 대지가 그려졌을 것이라고 추정되는데, 이는 그의 동일한 주제를 다룬 소묘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틴토레토는 이 작품에서 신화의 내용보다 장식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헤라의 붉은색 침대 시트와 금실로 짠 커튼을 화려하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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