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때로 울적한 기분을 경험하며 종종 우울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 우울해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고 듣는 말이다. 좀 슬퍼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며 평소와 달리 말수가 줄었다고 해도 이것을 무조건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우울해 보여서 누군가가 따뜻한 위로를 몇 마디 해주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금새 기분이 풀려 일상적인 생활을 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우울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이 몇 시간, 며칠, 심지어 일주일 동안 지속된다고 해도 일상 업무를 방해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우울한 기분이나 생각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응적이며, 기능적인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오늘날 가장 많은 정서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비해 현재는 10배 이상 더 많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약 4억5천만 명이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는 평균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여성의 40퍼센트와 남성의 20퍼센트가 자신들의 삶에서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여 2030년이면 우울증이 고소득 국가의 질병부담 1위 질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항우울제는 세상에서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우울증이 자살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10~15퍼센트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증오나 공격적 성향의 억압이 약해지기 때문에 살인이나 폭력 등의 범죄 행위도 많아진다. 때때로 살인은 자살충동의 한 연장으로 간주될 수 있고 그 대상은 가족이나 평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인 경우도 많다.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가 자식과 함께 동반 자살을 했다는 기사 또한 이러한 예로 볼 수 있다.
분명히 우울증은 의학적인 질병이다.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IV)에서 보는 우울증의 종류는 그 증상과 기간에 따라 <주요 우울 장애>와 <기분부전 장애>로 나누어진다. 먼저 <주요 우울 장애>를 보면 우울한 기분이 들며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이 기본적으로 나타난다. 그 다음에 한 달 동안 5퍼센트 이상의 체중변화, 식욕의 감소 혹은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 또는 수면 과다, 매일의 피로 또는 에너지의 상실,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의 감퇴와 우유부단,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구체적 계획이 없는 반복적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을 자행하려는 구체적 계획 등의 증상 중에서 적어도 2주 동안 다섯 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진단된다.
반면에 <기분부전 장애>는 적어도 2년 동안 우울하지 않은 날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다는 주관적 설명이나 타인의 관찰로 알 수 있다. 또한 우울한 시기에 식욕부진 또는 과식, 불면 또는 수면 과다, 기력 저하나 피로감, 자존감 저하, 낮은 집중력 또는 의사결정의 곤란, 절망감 등의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인데, 다시 말해 경미한 만성 우울증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우울 장애>가 <기분부전 장애>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자살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두 가지 다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일으키거나 사회적, 직업적,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은 물론 그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하는 병이다.
이처럼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질병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 중 오직 30퍼센트만이 도움을 구한다고 한다. 또한 치료받기 원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정확한 진단을 받으며, 그 중 20퍼센트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만약 우리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또는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면 당연히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고, 주변에도 알려 좋다는 민간 약재 등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자신 혹은 가족 중 누군가 마음의 병이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면 주위에 도움을 청하거나 정신과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아니, 행여라도 남들이 알까 봐 더 쉬쉬하며 숨긴다. 그래서 결국에는 치료하기에 너무 늦은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우리 몸은 이상이 있으면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증상을 통해 우리는 질병을 감지하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그에 대응한다. 이처럼 우울증도 우리의 인생 즉 우리의 정서나 정신, 영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울증에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만약 그대로 방치한다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울증은 약물치료만으로도 70퍼센트 정도 반응을 하며 상담을 병행하면 놀라운 치료효과를 낸다. 또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그 정도가 약하며, 재발 가능성도 낮아진다. 우울증을 완전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 가족과 주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절대로 방치해서도 안 되고, 가볍게 보고 간과하여 병을 키워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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