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되기도 힘들지만 지도자로서의 삶은 더 힘들다.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덕목을 그림 작품으로 베로네세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의 다리우스 일가’다.
파올로 베로네세(1528년쯤~1588)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의 다리우스 일가’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한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16세기 전형적인 베네치아 풍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기원전 333년 이수스 전투에서 승리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자비를 표현했다. 기원전 336년 필리포스가 암살되자 젊은 알렉산드로스는 갑작스럽게 왕위를 물려받는다. 20세의 나이로 왕위를 물려받은 그는 내정을 안정시킨 다음 3만5000명의 군사와 전함 160척을 이끌고 동방원정에 나섰다. 그 당시 강력한 병사를 보유한 페르시아는 지중해는 물론 인도 서부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기원전 333년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3세는 알렉산드로스 군대를 봉쇄하기 위해 60만 군사를 끌어모았다. 두 나라의 군대는 안타키아 부근 이수스에서 만나 전투를 치렀다. 뛰어난 전술가였던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군대의 경계가 허술한 곳을 공격해 적의 야영지를 점령했다. 막대한 병사와 전차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군대는 전멸한다.
전투에 패한 다리우스 3세는 피신에 성공했지만 그의 모친과 아내, 자녀는 알렉산드로스의 포로가 되었다. 다리우스 3세는 가족을 되찾기 위해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평화 협상을 제의한다. 유프라테스 강 서쪽의 모든 땅을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를 승낙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의 다리우스 일가’는 전투에 패해 포로가 된 다리우스 3세의 가족들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만나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대리석으로 된 건물 안에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그의 친구들이 갑옷을 입고 서 있다. 그들 앞에 다리우스 3세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자녀가 앉아 있다.
이 작품에서 화면 오른쪽 주인공처럼 서 있는 붉은 옷을 입고 노인 앞에 있는 사람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절친한 친구 하페스티온이다. 그는 자신을 알렉산드로스라고 잘못 생각한 다리우스 3세 어머니의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그가 왼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포로임에도 불구하고 포로의 명예를 생각한 하페스티온의 태도는 무척 공손하다. 이 작품에서 다리우스 3세의 어머니의 오해를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이 작품은 1570년쯤 피사니 가문에서 주문을 받아 제작했다. 화면 앞에 있는 주인공들은 피사니 가문의 사람들을 모델로 한 것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에서 배경과 앞쪽의 인물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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