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순간순간 위기를 맞는다. 그 중에는 예측 가능한 위기도 있는 반면 예측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로 인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중에서도 가족구성원의 사망이나 이혼, 심각한 질병, 사고, 자연재해, 전쟁, 학대와 폭력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에게 아주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또한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토마스 홈즈 박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일으켜 삶에 변화를 주는 사건들에 대한 연구를 해서 그 사건 하나하나에 스트레스 가치를 부여해 척도화하였는데, 이것을 홈즈-라헤 척도라고 한다.  이 중 가장 큰 스트레스 수치를 나타내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배우자 혹은 가족구성원의 사망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상처에 대한 스트레스 수치보다 더 높은 게 있을까? 그것도 채 피지도 않은 꽃같은 아이들을 하루 아침에 느닷없이 잃은 아픔과 상처를 직면한 부모들의 경우라면 말이다. 
트라우마(Trauma, 외상)는 인간의 안정적인 상태를 혼란시키는 모든 종류의 격렬한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자신의 몸에 가해진 강한 충격이나 자동차 사고 혹은 심각한 부상, 성적? 정신적 학대 등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고, 극도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맞닥뜨린 경우에도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외상으로 인한 사건이 끊임없이 떠오르거나 반복적으로 고통스러운 꿈에 시달리거나 마치 그 사건이 재발되는 것 같은 느낌이나 착각? 환각 등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이것을 겪으면 아주 충격적인 신체적? 심리적 상처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이로 인해 극심한 두려움과 무력감, 공포를 느끼고, 그 동안 가져왔던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지게 된다. 또한 그 사건이 계속해서 떠오를 뿐 아니라 수면 장애를 겪기도 하고 조절이 되지 않는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며 매사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경계를 하기도 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만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슴에 와 닿게 표현한 문구는 많지 않다.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 혹은 가족구성원을 잃은 뒤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는 말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상담가로서 이제 남아 있는 가족구성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심리 상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상담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나라 전체가 엄청난 슬픔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등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경우 우울증 심각도가 예상보다 크다고 하고, 또래인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 또한 염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과거 비슷한 사고를 경험했거나,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안정감이 흔들리고, 모든 이들이 가진 인간의 삶에 대한 관점들 또한 변화를 겪고, 아무도 아니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이번 세월호 사건은 대다수 국민이, 어쩌면 전 세계의 많은 재외 국민들까지도 간접적인  2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 사람들은 상실에 대한 슬픔의 과정을 겪는다. 처음에는 너무 큰 충격으로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 지를 타협해보기도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 끝없는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현실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순서대로 슬픔의 과정을 겪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오랜 기간동안 부인과 분노상태에만 머물러 있기도 하고, 우울의 단계에서 다시 분노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살아남은 자들의 강한 분노와 죄책감, 우울이 과연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들이 수용의 단계를 가기까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깊은 분노와 우울, 혼란의 감정을 안전한 장소에서 맘껏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분노가 내면화되어서 우울증으로 , 심지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통곡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상담자는 내담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기보다는 내담자 자신이 말하고 싶은 만큼, 또한 자신이 원하는 때에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없애 버릴 수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슬퍼하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당신의 느낌이 어떤지 나는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저 함께 울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잘 들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한 상담가의 ‘우리는 잠시 사람들이 미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