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내와 살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아내와는 30년이, 똑똑한 아내와는 3대가 행복하다.”
여성을 논할 때 한번쯤은 갑론을박했던 우스갯소리다. 그렇다면 차라리 3년마다 예쁜 여자와 결혼을 반복하겠다며 큰소리치는 철부지 남성도 있다. 어떤 남성들은 부부의 섹스리스까지 아내의 외모 탓만 하며 끊임없이 곁눈질에 바쁘다.
‘똑똑한 여성’이란 말은 살림 똑 부러지게 잘하고 아이 교육 잘 시키는 아내 정도로 여길 뿐, 성기능과는 거리가 먼 얘기로 여기는 남성도 꽤 있다. 그런데 성의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생각은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영국의 킹스 대학 연구팀은 2000명 이상의 여성 쌍둥이 연구에서 정신능력 중 감성지수(EQ)가 높은 여성이 성생활에서 더 큰 즐거움을 갖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즉, 감성적으로 똑똑한 여성이 오르가슴을 훨씬 잘 경험하며 성생활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EQ 차원에서 ‘똑똑함’을 다시 한번 정의하자면,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학벌이 좋은 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Q는 정서조절ㆍ감정이입ㆍ소통력 등 정서 차원의 정신능력을 말한다. 개인의 사회적 성공 여부도 단순 지능지수(IQ)보다는 EQ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EQ와 여성의 성기능을 조사한 이 연구의 책임자인 Burri 박사도 여성의 EQ가 높으면 자신의 성적 기대와 욕구에 대해 파트너와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여성의 성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만큼 여성의 성 흥분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성관계 시 성적인 상상이나 감정 조절 및 표현력에서 똑똑한 여성이 훨씬 유리하고, 이런 여성들은 남성의 흥분이나 감정도 더 잘 인지하므로 해당 부부의 성생활 만족도도 커진다.
EQ가 높다는 건 흔히 ‘센스 있다’고 표현된다. 그런 여성은 상대 남성이 성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이 빠르고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한다. 이에 반해 EQ가 낮은 여성은 부부 사이의 즐거운 놀이여야 할 성생활에서 목석처럼 누워 수동적으로만 임하거나 성적 불만을 전부 남성의 능력 탓으로 돌린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부부 갈등에 있어서도 EQ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잠재능력이 된다. 대부분의 부부가 결혼생활 중 겪는 갈등에 서로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잘 소통할 수 있으면 문제의 극복이 더 쉽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EQ 차원에서 똑똑하고 센스 있는 여성을 배우자로 맞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남성들은 이해하리라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성의 들끓는 본능은 시각적 자극에 쉽게 지배되어 예쁜 여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더 그러한데, 뒤늦게 후회하는 남성을 필자는 많이 봐왔다. 성기능 장애나 부부의 성 갈등으로 필자의 클리닉을 찾는 여성들을 보면 그들의 외모가 평균 이상이라는 현실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물론 여성이 예쁘고 착하고 똑똑함까지 겸비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디 현실이 녹록한가. 덧붙여, 어느 날 아내가 큰 맘 먹고 예쁜 속옷에 진한 향수에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는데 ‘센스쟁이’라 칭찬하진 못할망정 ‘당신 오늘 왜 이래? 뭐 잘못 먹었어?’라며 면박 주는 남편이 되지 말길 바란다. 만약 그런 남편이라면 아내를 핀잔하기에 앞서 자신의 부족한 EQ를 자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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