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씻으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피로에 지쳤다며 샤워는커녕 발도 안 씻고 침대에 눕는 남편을 불평하는 A씨. 그의 남편은 심지어 성행위 때도 제대로 씻지 않은 채 아내에게 온갖 서비스를 다 원한다고 했다.
“사실은 역겨운 냄새 때문에 힘든데, 남편은 제가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라 뒤로 물러난다고 여기죠.”
남편에게 몇 번이나 이 문제를 제기했던 A씨, 우이독경일 뿐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마찬가지로 아내의 성기에서 나는 악취에 성욕을 잃는다는 남성들도 꽤 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거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니 성욕이 확 달아나죠.”
이는 몸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체취일 경우도 있지만 질염 때문이거나 질외부 소음순 틈새에서 발생하는 악취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생선 썩는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풍기고 평소보다 거품이 많은 다량의 분비액이 나오는데 이를 흥분해 그렇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세균성 질염, 곰팡이 감염에 의해 여성의 성기에서 악취가 날 수 있다. 질염은 냄새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특별한 질병 상태가 아닌데도 당사자의 체취가 상대에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불쾌한 냄새로 부부생활이 문제가 된다면 성행위 전 샤워할 때 청결제로 성기의 외부만 부드럽고 가볍게 마사지하듯 씻으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 다만 지나치게 자주 심하게 씻으면 오히려 피부염과 성교통의 문제를 유발한다.
간혹 너무 민감한 여성이 청결에 집착하여 항균 성분이 있는 여성 청결제로 질 내부를 씻기도 하는데 이는 버려야 할 악습이다. 질 내부에는 질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각종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몸에 유익한 정상 세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흔히 ‘뒷물’이라 표현되는, 질 내부를 씻는 듀싱(douching)이란 방법은 이런 정상균까지 없애버린다.
질 내부 세척은 여성의 자연 방어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내 감염률만 높인다. 또한 불임 및 여성 생식기에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하는 골반염(PID)의 위험이 질 세척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73%나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미국 산부인과 학회나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정부기관은 질 세척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체취가 향기롭지 못하고 불쾌하게 여겨진다면 가볍게 청결 관리를 하는 정도면 족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악취가 심하다면 이는 병원성 질환을 고려해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내 배우자가 침대에서 멈칫거리고 다가와 표정이 어두워지면 쑥스러워 그런지, 불편해 그런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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