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이렇게 아래쪽에 문제가 많은지 답답합니다. 제겐 화장실이 영 편치 않은 장소죠.”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성기능 장애 환자들이 제법 있다. 성기능 장애가 일어난 중년이 넘은 환자의 경우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흔히 배뇨 문제가 있을 때 성기능이 안 좋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왔다. 전립선이 안 좋은 남성은 잔뇨감, 소변줄기의 약화 등이 나타난다. 전립선은 남성의 성기능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만성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 등을 겪는 남성에게 발기부전, 조루, 사정장애 등이 흔히 동반된다. 전립선과 관련된 배뇨증상은 앞으로 성기능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적신호다. 여성의 경우에도 요실금 등 배뇨문제가 있을 때 성기능이 약해지기 쉽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배뇨문제뿐만 아니라 배변문제도 성기능과 관련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다. 만성적 과민성 대장 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평소 심리적·신체적 긴장성이 높은 편이다. 기능성 장운동에 문제가 있는 남녀에서 성기능 저하가 동반될 가능성은 43.3%에 이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남성이 건강한 남성에 비해 조루의 유병률이 네 배나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조루 외에도 긴장성 발기부전이 잘 생길 수 있으며, 남녀 모두 성욕저하증이 많고, 여성의 경우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성교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어 왔다.
임상경험에 따르면 조루나 발기부전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 과민성 대장증상이나 다한증 등이 함께 좋아졌다는 환자들의 얘기를 들을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성기능장애나 장운동, 다한증 등이 모두 자율신경계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인이 중복되기에 원인을 다루는 과정에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로 보면 된다.
특히 배변습관에서 흔히 간과하는 내용이 변비와 관련된 부분이다. 변비도 사실은 강력한 성기능의 적신호인데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른다. 중년남성에서 변비가 악화된다면 대장기능의 문제도 되지만, 그만큼 몸이 허약해졌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복부비만이 심하면 변비 등 장운동의 저하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과 대장암의 발생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이런 만성 성인병의 증상과 문제가 발기부전 등 등 각종 성기능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배변과 성기능의 문제에서 파킨슨병에 대한 부분도 의미가 있다.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만성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성 등 신경계 손상과 관련된다. 그런데 이런 증상보다 파킨슨병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신호가 수면저하, 변비, 성기능 저하 증상이다. 만약 경미한 떨림, 경직 등의 증상에 변비가 반복된다면 성기능 저하나 파킨슨병의 위험신호를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즉 다양한 배뇨·배변 증상은 그야말로 건강과 성기능의 바로미터로 보면 된다. 그만큼 먹는 것-자는 것-성행위 등은 생명체의 기본기능이지 않은가. 배뇨나 배변 등 화장실에서 뭔가 편치 않고 찜찜하고 오래 걸린다면, 성기능을 포함한 내 건강의 적신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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