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고 성질 더러운 남편, 시도 때도 없이 따지고 몰아세우는 아내…’.
배우자가 그러한데 성생활이 어찌 평탄할까. 흔히 이런 경우 괴팍한 성격 탓에 부부 갈등이 심할 테니 성생활도 힘들 것이라 여긴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쉽게 화를 잘 내고 적대적이며 공격 성향이 강한 사람은 신체적인 성기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수틴 박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동맥경화로 인해 뇌졸중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연구팀이 이탈리아의 남녀 5614명(평균 연령 42세)을 3년간 조사 분석해보니, 친화력이 떨어지는 적대적·공격적 성격 소유자들은 혈관의 동맥경화 위험성이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뢰·정직·이타·유순·겸손·관용 등 6가지 성격요소를 바탕으로 사회적 친화성(Agreeableness)을 평가하는 표준성격테스트와 뇌로 혈류를 공급하는 경동맥의 실질 두께(Intima-media thickness)를 측정했다.
그 결과, 사회적 친화성이 가장 낮은 하위 10%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경동맥 두께가 증가할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40%가 컸다. 놀랍게도 그 정도가 비만·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에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에 따른 동맥경화의 위험수준과 동일했다. 특히 친화성이 떨어지는 적대적 성격 중에서도 쉽게 공격적이 되고 교묘하게 상대를 조종하는 유형의 사람이 동맥경화의 위험성이 더 컸다.
그렇다면 이런 적대적 성격이 어떻게 성기능과도 연관이 있는 걸까? 남녀 성기능의 기본이 혈류순환임을 안다면 의문이 풀린다. 혈류순환이 안정적이어야 남성은 발기 반응이 잘 나타나고, 여성은 분비기능이 원활해진다.
이번 연구에 앞서 많은 성의학자들은 혈관성 발기부전을 심혈관질환의 조기 신호탄이라 불러왔다. 동맥경화의 지표로 삼는 경동맥의 크기(5㎜)나 심장에 피를 보내는 관상동맥(3㎜)보다 음경의 혈관(1㎜)이 더 가늘기 때문에 음경혈관의 동맥경화가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동맥의 동맥경화가 심한 수준이라면 음경혈관의 동맥경화는 당연하며, 혈관성 발기부전은 뇌혈관 질환 또는 심혈관 질환에 앞서 나타나는 위험신호와도 같다. 흔히 성기능이 안 좋아지면 몸의 상태만 걱정하지 마음의 상태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과 몸은 따로 노는 게 아니다. 특히 인간의 신체기능 중 성기능은 심신의 안정과 균형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간혹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중에 심리치료도 병행하자고 하면 화부터 내는 환자들이 있다. 성격적 날카로움이나 스트레스가 실제 동맥경화 등 혈류저하, 자율신경계의 불안정에 따른 혈관수축 및 신체 긴장성 등 신체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격적 불안정을 함께 치료하는 게 좋다.
성격적 날카로움이 덜한 사람이라도 극단적인 위기나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심한 갈등에 노출되면 동맥경화의 위험성과 성기능의 저하 위험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정도가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에 따른 대사증후군의 동맥경화 위험성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성미가 급하거나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이 성기능이 처진다면 보양 음식보다 성질부터 누그러뜨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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