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시간에 있어서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20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자에 비해 바쁘고 다양한 업무를 하는 여자의 뇌 때문인데, 지친 뇌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는 잠을 더 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짐 호르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수면연구 센터 교수는 "잠의 중요한 역할 중 대표적인 것이 뇌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사고 및 기억을 담당하는 뇌 피질 등의 부위는 깊은 잠을 잘 동안 주위의 여러 감각으로부터 해방되고 회복 상태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남성보다 더 복잡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의 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면시간이 20분 정도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짐 호르네 교수의 이 같은 연구 내용은 '슬립페어링: 수면의 과학을 통한 여정 (Sleepfaring: A Journey Through The Science Of Sleep)' 에 게재됐으며, 영국 데일리메일 등 온라인 판이 26일 보도했다.

◆뇌 기능 회복 위해 잠 더 필요

교수진에 따르면 낮 동안에 뇌를 더 많이 사용 할수록 회복이 더 필요한 상태가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잠을 더 자야한다. 복잡 다양한 일을 하는 남성의 경우 평균치의 남성보다 잠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여성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호르네 교수는 "여성은 다양한 업무를 한꺼번에 하고 유동적이라서 남성보다 뇌를 실제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잠을 더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여성은 평균 20분을 더 잘 필요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이보다 약간 더, 혹은 약간 덜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수면의 질이나 시간 면에서 뒤진다는 연구결과는 종종 발표돼 왔다. 미국 노스캘리포니아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수면부족을 많이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주위의 소음에도 금방 깨고 잘 뒤척이는 등 여성의 수면의 질이 남성보다 좋지 않다는 결과가 미국수면의학회(AASM)에 발표되기도 했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그럼에도 지금까지 남녀의 수면 시간에 차이를 둬야 하는지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연구진이 설명한 바와 같이 남성보다 더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하는 여성의 뇌 특성 때문에 잠을 더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도 해야 하고, 자녀에 신경써야하고, 살림도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여성의 위치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뿐만 아니라 여성의 생리주기와 관련된 호르몬의 변화가 여성의 뇌의 기능에 더 많은 부담을 주고, 우울증 등의 감정이 남성보다 더 복잡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며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잠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남녀 뇌 노화 속도 다른 이유, 실마리 찾을 듯

또한 호르네 교수는 남녀가 이렇듯 필요한 수면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이 왜 남성의 뇌가 여성보다 빨리 늙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령 70세인 남성의 뇌는 보통 75세 여성의 뇌와 비슷하다는 것. 호르네 교수는 "왜 그러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성의 뇌가 스스로 기능을 회복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흠 교수는 "그보다 먼저 남자의 뇌가 여자의 뇌보다 더 빨리 늙는다고 한 연구진의 주장에는 더 많은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의 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치매는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착안할 때,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빨리 늙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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