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가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죠.”
본인의 불안과 부모의 성화에 불임클리닉을 찾아 시험관아기 시술로 아이를 낳은 K씨 부부. 간절한 소원은 이뤘지만 이 부부는 여전히 불행하다. 출산 전에도 부부 사이의 성생활이 그리 원만하진 않았는데 출산 후엔 더 악화됐다.
“아이를 낳은 후 성욕이 사라졌어요. 관계를 해도 아프기만 하고 ?.”
실제로 불임 문제와 부부의 성 트러블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 트러블로 관계가 힘들면 임신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문제가 없었던 불임 부부도 있지만, 어느 쪽이건 불임시술 후 부부의 성생활, 특히 여성의 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미국의 킨제이 성연구소에서 필자와 함께 공부했던 스미스 박사는 지난해 불임시술이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임신을 목적으로 한 약물 주입 등 인위적인 절차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부부의 성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불임시술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성욕저하, 성감저하, 성교통, 질 건조증 등의 성기능 문제가 확연히 증가했다.
불임시술 이후 성기능 저하에 빠진 여성이 흔하다. 해당 여성들은 성호르몬이 불균형에 빠진 경우가 많다. 시험관아기 시술 시 사용하는 호르몬 투여가 배란이나 임신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지만, 인위적인 호르몬의 사용에 따른 내분비계 교란이 추후 성기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임시술에서는 임신이라는 목표에 치중하다 보니 성기능을 간과하기 쉽다. 임신과 성생활의 당연한 함수관계가 있음에도 의사나 부부나 성을 논하기가 껄끄럽기도 하고, 당사자가 수치심에 성문제를 숨기는 경우도 있다. 불임전문가가 성 전문가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불임 부부에겐 너무나 간절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불임시술은 그야말로 대단한 공헌을 하고 있고, 이런저런 방법으로도 임신이 힘들 경우 최후의 선택이다. 다만 섹스리스나 성기능의 문제, 부부갈등의 요인으로 성생활이 없어서 임신이 힘든 경우에는 무작정 불임시술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부부들에겐 근본 원인인 성문제나 부부갈등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근본 문제는 덮어두고 결혼의 위기를 임신과 출산으로 극복하려다가는 자칫 더 힘든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불임시술과 출산 이후 해당 부부들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위험 소지가 있음을 부정해선 안 된다. 힘들게 아이를 가지다 보니 금이야 옥이야 아이에게만 매달리고, 부부 사이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아이의 건강한 정서적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화목한 모습이 필수적인데, 섹스리스나 성 트러블로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부부가 아이에게 친밀감을 심어주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불임시술 후 성기능에 문제가 생겨 즐겁지도 않은 성행위를 참고 한다는 것은 여성에겐 고통이다. 불임시술 후 성 트러블이나 성기능의 저하는 절대 간과해선 안 되며,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필요하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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