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콘돔만 끼려 들면 영~.”
결혼 5년차 L씨는 유달리 콘돔을 싫어한다. 그런 L씨의 태도에 아내는 늘 불안하다. 아이 둘을 낳았고, 더 이상 임신 계획 없으니 피임이 신경 쓰인다. 그런데 자꾸 남편이 콘돔을 피하니 걱정이다.
“애무할 때만 해도 발기가 잘 되는데 말이지요. 콘돔 낄 때 조여 드는 느낌이 아프기도 하고, 흥분이 쑥 달아나면서 발기력도 처져요. 요즘은 자꾸 그런 걸 의식하니 더 처지는 것 같고….”
킨제이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3분의 1 정도가 콘돔을 끼면 불편하고 발기가 약해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더 심하면 L씨처럼 아예 콘돔만 끼면 발기가 죽어 성행위에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콘돔은 남녀 사이에 일종의 물리적 장벽이 되니 성감 차원에서는 손해 보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콘돔을 씌우는 과정에서 성반응의 흥분곡선이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콘돔 착용을 여성에게 맡기는 경우, 여성이 콘돔 씌우기에 익숙지 않다면 더 그렇다. 밀착된 콘돔에 성기의 일부와 포피가 끼면서 통증까지 유발하면 성반응은 당연히 흐트러지게 된다.
이 정도의 문제는 콘돔의 선택에 조금 주의를 기울이고 콘돔 씌우기에 익숙해지면 해결된다. 콘돔의 두께와 탄력에 주의를 요하란 말인데, 피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페니스에 밀착되는 게 더 안전하다. 하지만, 콘돔이 지나치게 두껍고 탄력이 너무 강하면 페니스가 압박되고 그로 인해 성감도 처진다.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은 콘돔이 성감 저하는 덜하지만 파열의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무엇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콘돔 선택에 유의하면 된다.

    콘돔을 사용하면 반응이 처질 것이란 심리적 부담이 성감 저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콘돔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불안이 성반응을 훼손하는 경우다. 시중에는 성행위 시간을 연장해줄 것처럼 광고하는 콘돔도 있는데, 대부분 마취제가 함유돼 성감을 마비시켜서 흥분을 억제한다.
조루 등에 치료 효과도 없다. 또한 성감 마비는 성흥분을 느껴야 할 성행위에서 이를 억제하므로 주관적인 성감 변화의 위험성이 있어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조루 등이 의심되면 원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돔 문제에 반드시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콘돔 사용에 따라 발기 감퇴가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는 발기부전 등 성기능이 감퇴했다는 조기신호로 해석하는 게 맞다. 즉 발기에 필요한 혈류량이 애초에 부족하거나 정맥으로 조금씩 새거나 감각신경의 둔화 등으로 기본적인 성기능이 떨어지는데, 콘돔의 강한 압착력이 혈류 문제와 감각 둔화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형태의 성기능 저하가 의심된다면 콘돔의 선택이나 사용 여부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성기능의 문제를 확인하고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애초에 불편하다며 콘돔을 그렇게 싫어했던 L씨는 진료를 받고 발기력 저하가 확인됐다. 요즘은 해당 문제를 치료하고 콘돔을 착용하는 데 별 어려움 없이 행복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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