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절대로 엄마 같은 여자 만나지 마라!”
30대 중반의 노총각 P씨는 아버지로부터 그런 하소연을 여러 번 듣고 자랐다. 원래 부모의 불화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자식 앞에서 배우자를 비난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다만 정말 비난받아 마땅한 부모도 일부 있다.
P씨의 모친은 정말 무관심하고 불안정한 존재였다. 늘 밖으로 돌았고, 남편에게 조그만 불만이 생겨도 아이들마저 외면하고 집을 나가 며칠이나 연락두절이었다. 오랜 세월 술과 고스톱 도박판에 빠져 아이들 밥 차려 주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화가 나면 어머니는 아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기도 했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당연히 아들 P씨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줬다. P씨는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한 선량한 아버지의 손에 겨우 컸다.

    아직도 노총각인 P씨는 연애를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니와 정반대인 여성을 만나려 나름 고르고 골랐는데, 어째 만나다 보면 상대 여성에게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비슷한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P씨는 화들짝 놀라 결별을 반복했다.
P씨의 문제는 성기능에도 있었다. 성욕이 거의 없고 성관계 시 발기도 잘되지 않았다. 여러 검사에서 한마디로 신체적인 상태는 멀쩡했다. 그런데도 어렵게 사귀기 시작한 이성과 관계 시 성기능에 문제까지 생기니 답답한 마음이었다.

    “이렇게 아무 반응이 없는데, 혹시 제가 동성애자인 건 아닐까요? 저는 남자들과 같이 있는 게 더 편한 것 같습니다.” 급기야 P씨는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찌 보면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버지의 조언대로 ‘어머니 같은 여자’를 만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P씨는 성적 욕구의 대상도 교제의 대상도 여성이다. 다만 실제 여성과의 관계에서 모든 반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 정서적 안정과 친밀관계를 경험하는데 어머니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 대체로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좋은 엄마들이다. 하지만 P씨의 어머니처럼 도저히 어머니가 되기 힘든 여성들도 있다. 어머니의 정서적 불안정과 무책임함, 그리고 이어진 부모의 불화 속에 자란 아이들은 그런 불화와 혼란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잠재의식을 가지게 된다.
P씨처럼 아예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성생활과 임신을 회피하는 성기능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아내 잘못 만나 평생 고생했던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은 심리, 자신의 아내가 혹시나 어린 시절의 어머니처럼 나쁜 아내는 아닐까 끊임없이 확인하고 여러 면에서 아내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볼 위험도 있다.
P씨는 심리적 원인에 기초한 성욕 저하와 발기부전으로 성치료와 더불어 내면의 상처를 돌보는 심리치료를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삶을 찾고 있다. 부모의 안정적 역할은 자녀들의 일생과 인간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소중한 ‘어머니’지만, 그런 역할을 못하는 엄마를 만나는 운명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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