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어찌 이리 다른가요? 서로 잘 통할 줄 알았는데, 정말 그 사람 이해할 수 없어요.” 성 트러블이나 갈등으로 진료실을 찾는 수많은 커플로부터 필자가 거의 매번 듣는 하소연이다.
흔히 남녀 차이에 대해 우리는 겉모습의 차이만 받아들일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차이를 놓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뇌의 차이다. 남녀의 뇌는 많이 다르다. 이런 뇌의 차이 때문에 대화나 관계 형성 시 남녀는 서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부 사이라도 모든 걸 서로 공감하고 완벽히 맞춰내는 것이 애초에 어렵다는 얘기다.
남녀의 뇌 차이는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난다. 여성은 언어 및 청각과 관련된 뇌 부위의 신경세포가 남성보다 10% 더 많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말을 더 잘 한다. 또 여성은 대뇌변연계의 한 부위인 ‘해마’의 크기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해마는 특히 기억과 학습, 정서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여성들은 감정을 감지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나 기억력이 남성에 비해 더 뛰어나다. 갈등 상황에서 남자들을 코너로 모는 능력이 있는 셈이다. 반면에 변연계의 끝에 붙은 편도핵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크다. 남성들의 감정적 격앙과 충동성이 더 강한 이유다.
그렇다면 이런 남녀의 뇌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는 남녀의 기본적인 유전자의 차이에다 엄마의 배 속에서 겪는 남녀의 성호르몬 영향 때문이다. 남녀의 뇌는 태아기 초기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가 임신 8주께부터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에 남자아이의 뇌는 남성의 뇌로 발달해 간다. 반면에 여성의 뇌는 커뮤니케이션 및 정서 중추가 훨씬 발달하고 유지되기에 관계형성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크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이런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남성호르몬에 강하게 노출되는 사춘기의 남자아이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언어현상은 ‘과묵’이다. 말수가 줄고 스포츠나 게임 등 승부욕에 불타는 행위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애초에 남자는 여성에 비해 대인관계 기술이 떨어지고 감정표현이 서툴다. 여성의 뇌에 비하자면 남성의 뇌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의 뇌 쪽에 가깝다.
반면에 여자 아이들은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급증하면서 더 정서적이 되고 관계지향적이 된다.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말이다. 남녀의 관계에서 관계지향적인 여성은 끊임없이 남성으로부터 ‘관심’을 원한다. 그렇기에 관심 표현이 서툴거나 무관심한 남편에게 심한 분노를 느낀다. 부부 사이에서 남자가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무관심 또는 회피’다. 이에 반해 목표지향적이고 독립성에서 자존감을 찾는 남편에게 아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비난’이다.
어쩔 수 없는 남녀 차이, 앞에서 서로의 차이를 완벽히 줄이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의 ‘비난’과 남편의 ‘무관심 또는 회피’ 대신 그 반대로 아내는 ‘칭찬’, 남편은 ‘관심’의 태도로 말이다. 부부치료에서 흔히 상대의 감정을 읽는 연습을 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혼생활은 아름다운 오해에서 참담한 이해로의 과정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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