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서리 법안이 다시 표면 위에 떠올랐다. 지난해 초 그로서리 법안이 부결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또다시 법안이 상정되면서 한인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왜냐면 이번에 제출된 법안은 더 강도 높고 교묘하게 내용을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리커 협회의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한인 비즈니스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리커 스토어이다. 어떤 이는 차라리 그로서리 법안이 통과되면 갈 길이 정해지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리커 스토어가 문을 닫으면 한인 경제가 흔들리고 잇달아 다른 상권에도 영향을 미쳐 한동안 파장이 커질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그로서리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이번 호의 칼럼이 썩 달갑지는 않겠지만 다수가 속해 있는 리커협회 측의 입장에서 우선 대변을 해 보고자 한다.

이번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 법안 제출자들이 상당히 고심한 모습이 역력하다. 두 가지의 작전이 엿보인다. 첫 번째는 5천 스퀘어 피트 미만에 해당하는 소규모 편의점이 리커 스토어를 위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편의점과 암암리에 결탁되어 대형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리커 스토어를 위협하는 것이다. 현재 리커 스토어는 양쪽으로 위협을 받고 있어 사면초가가 되어 버렸다.

첫 번째 리커 스토어에 대한 편의점의 공격은 “우리가 팔고 있는 스낵을 리커 스토어에서 팔아라, 대신 맥주를 팔겠다”는 것이다. 일요일에 리커 스토어가 오픈을 하면서 자신들이 팔아왔던 3.2도 이하의 맥주 판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맥주 판매권을 무조건 가져올 수 없으니 자신들이 판매하는 스낵을 리커 스토어에 팔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고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요 품목을 편의점에 넘기는 것은 주 수입원이 맥주 판매에서 나오는 리커 스토어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 리커 스토어에 대한 대형 그로서리 스토어의 공격 또한 결국은 리커를 마트에서 팔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다음주에 있을 편의점 맥주 판매 허용 법안 심의에 가담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왔으니 공개되는 것은 오늘내일 일이다.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1천 피트 내에 있는 리커 스토어 라이센스를 산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그들이 얼만큼 그 가게의 값어치를 쳐 줄지는 뻔한 일이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리스 사인을 안 해 주면 되고, 그러면 빈털터리로 리커 스토어를 포기하고 나오든, 아니면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쥐어주는 돈만 받고 나와야 한다. 또, 1천피트 밖에 있는 리커 스토어들은 더 큰일이다. 만약 대형 그로서리 스토어가 1백 개라고 계산한다면 주변의 1백개의 리커 스토어만 그나마 돈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알아서 대형 마트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모두 리커 스토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법안이 둘 다 통과될 시에는 리커 스토어는 편의점과 대형 그로서리 마트에 치어 공중분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하다.

지난주 금요일에 상정된 법안 심의가 오는 2월 10일에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는 날짜는 계속 연기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태는 심각하다. 왜냐면 이 법안을 심의할 분과위원회의 위원 11명 중 7명이 이미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4명 모두를 설득한다고 해도 안 된다. 힘들어졌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분과위원회를 거쳐 하원 본회의에서 뒤집으면 된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 하원 본회의에서 위원 65명 중 33표를 얻어야 한다. 로비스트의 정보에 따르면 지금까지10명은 찬성, 25명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신문 기사에 나온 의원들에게 모두 열심히 법안 반대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법안을 찬성하고 있는 의원이라 할지라도 하원 본회의를 위해 그들에게도 반대의사를 메일로 계속 보내야 한다.

얼마나 힘들게 마련한 사업체인데, 자신의 비즈니스를 힘 한번 못쓰고 날려버린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이왕 힘든 싸움이 예정되었다면 포기하지 말고 협회원들이 단합하여 자기 것을 지켜야 한다. 내 스토어는 월마트나 세이프 웨이 몰안에 없고, 내 가게 옆에는 편의점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여유가 없다. 리커 협회원들은 모두 한 배를 탔다. 자신들이 먼저 단합해야 한다. 그러면 한인사회의 관심도 이끌어 낼 것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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