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해야 하지?”
결혼 6년차 J씨는 진료실에서 부인에게 볼멘소리로 따지듯이 물었다. J씨 부부는 부부간 성 트러블로 병원을 찾았는데, 아내의 성흥분 부족이 상당 부분 남편의 전희 부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와 보도를 통해 남성의 전희가 성만족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확인됐고, 필자 또한 성칼럼에서 여러 번 강조했다. 그래서 요즘 남성들은 전희의 중요성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한국 남성들은 전희를 귀찮아한다. 전희를 중요시하지 않고 삽입 시간이 더 길거나, 성기 사이즈가 크면 여성이 만족할 것이라는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들은 충분하지 못한 전희를 여전히 불만의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남성이 우려하는 성기의 크기나 삽입 시간의 정도는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불만 요인 가운데 하위 순위에 머물며,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J씨 부부처럼 성트러블로 병원을 찾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전희를 전혀 하지 않거나 5분 이내라고 답한다. 숫자나 성적에 집착하는 한국 남성들에게 그냥 ‘전희를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은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를 대면 다소나마 의미를 둘 것 같아 여러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자 한다.
전희는 50년 이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킨제이 박사나 매스터스와 존슨 박사의 연구는 ‘전희 21분’에 주목했다. 연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의 성흥분 반응이 남성의 전희에 큰 영향을 받는데 그 시간상의 경계선이 전희 ‘21분’ 이다. 즉 이 시간 범주에서는 여성의 90% 이상이 상당한 성반응을 보인 반면 그 이하 시간에서는 성반응이 신통치 않다.
또한 성행위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은 전체의 4분의 3 정도이며, 여성들은 이보다 적은 3분의 1 정도다. 바꿔서 말하자면, 여성의 3분의 2는 삽입 성행위 때 매번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앞서의 연구결과를 보면 전희를 충분히 하고 여성이 성행위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 빈도는 90%로, 일반적인 여성의 오르가슴 반응 빈도 30%의 세 배나 된다. 실로 드라마틱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이끌어내는 전희의 시간이 통계적으로 21분 정도다.
“시간만 채운다고 좋나요? 제대로 잘 흥분시켜 줘야지.”
물론 시간만 때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희는 기본적으로 ‘온몸이 결국 성감대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부위를,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서로 뭘 좋아하는지 흥분이 잘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을 쑥쓰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런 연습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반복하다 보면 내 배우자에게 적합한 맞춤식 전희법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
전희는 상대방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나 자신이 더 큰 만족으로 보상받게 되는 일종의 투자다.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상대의 흥분과 만족감이 커지면 당사자가 느끼는 성취감과 성흥분, 쾌감의 강도도 자연스레 커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21분의 의미를 머릿속에 그리며 느긋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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