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라도 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죠. 그런데, 점점 처지더니 그마저도….” 40대 중반의 남편 K씨를 둔 부인의 하소연이다. 남편은 아침에만 성행위를 고집했다. 부부가 아침 시간을 즐길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K씨 부부의 사례는 좀 다르다. 부인은 괴로움을 토로했다. “남편이 그 바쁜 아침에만 고집하고, 밤에 하면 잘 되지도 않아요….”
K씨는 아침 이외의 성행위는 오래전부터 실패해 왔다고 한다. 아침에는 그나마 발기가 좀 나은 편이라 어떻게든 하기는 했다. 아침 섹스를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K씨는 적반하장이었다고 한다. “남들은 아내와의 성행위를 싫어하는데 그나마 아침에라도 해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엔 아침 발기마저 부실해지니 결국 필자의 진료실을 찾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침엔 남녀 모두 성반응이 다른 시간대보다 더 좋을 수 있다. 흔히들 남성의 아침 발기 현상을 두고 수면을 취함에 따라 피로가 풀리고 기력이 회복됐기 때문으로 여긴다. 그러나 단순히 피로회복 덕분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수면 중에 많이 생산되는 남성호르몬의 상승, 수면에 따른 이완과 부교감 신경의 활성화 등이 아침 발기를 일으킨다. 또한 잠자는 동안 방광에 소변이 축적되면서 방광의 팽창이 방광 아래 성기로 향하는 신경을 자극하는 것도 영향을 준다. 이런 현상은 아침 배뇨 전까지 발기를 보이다가 배뇨 직후에 발기가 사라지는 현상을 보면 이해가 간다.
엄밀히 말하면 아침 발기는 수면 발기의 연장선이다. 누구나 수면 중 렘(REM) 수면기에는 두 가지 뚜렷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꿈과 수면 발기반응이다. 수면 발기는 하룻밤에 20분 정도씩 2~4회 반복되는데, 발기능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내 몸의 재활현상인 동시에 성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엄밀히 말하면 아침 발기가 아니라 수면 발기가 신체적인 발기력, 즉 성 건강의 지표인 것이다.
화제를 원점으로 돌려, K씨 부부의 사례는 원래 남편이 젊을 때부터 아침 이외엔 발기력이 부실한 발기부전이었다. 이런 남성들은 아침이라는 특정 상황에 제한된 반응만 보이는 발기부전의 형태인 경우도 있고, 원래 괜찮던 발기력이 취약해져 그나마 반응이 나오는 아침에만 성행위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K씨는 전자에 해당한다.
아침에라도 성행위가 가능하니 ‘나는 문제가 없다’고 문제를 회피하는 남성이 많은데, 이런 태도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애초에 문제로 인식하고 원인을 고쳤으면 나아졌을 텐데, 때를 놓치고 원인을 방치하다가 더 악화되어 이제는 아침 발기조차 잘 되지 않으니 뒤늦게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남성의 인생에 그나마 남아 있는 아침 발기를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때는 노년기다. 이보다 젊은 나이에 행여나 남편이 아침에만 성행위를 하자고 하거나 아침 성행위만 가능하다면 성기능 저하로 보면 된다. 또한 아침 발기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약해진다면 이는 분명 성기능의 이상신호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다스리는 게 맞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