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성경에는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는 말이 있고 불교에서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한다. 영어에서는 ‘You reap what you sow(뿌린대로 거둔다)’라고 한다. 시대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인류의 깨달음은 같은가 보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나무 한 그루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나무의 열매가 매실이냐 살구냐를 놓고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계속 살았던 젊은 사람은 살구나무라고 했고, 타 동네에서 온 연장자는 매실이니 따서 매실청을 담겠다고 했다. 나무에 꽃이 필때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으면 살구고 그렇지 않으면 매실이다. 매실 잎이 약간 살구나무 잎보다 약간 크다. 그러나 익지 않은 살구를 매실에 섞어 놓으면 정말 구분이 어렵다. 그래서 장사꾼들이 살구를 매실에 섞어서 팔기도 한다. 초보자가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살국가 제 빛깔대로 익었을 때이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작년,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32개 회원국 가운데 31위이다. GDP가 8천 4백 달러였던 1993년이나 2만 2천 4백 달러가 된 2011년이나 똑같이 52%였다.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의 4배, 아동 및 청소년(10-24세) 인구 자살률은 12년 만에 47%로 급증했다. 일제 치하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일어난 부모님 세대. 내 자식만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자 안 먹고 안 입으며 자식교육을 시켰는데, 자식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일궈온 삶이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 노인들도 행복하지 않다. 이혼율도 OECD 국가 중 1위다.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고 결혼했는데 행복하지 않아서 헤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심어왔던 것일까. ‘무엇이 될까’에만 관심이 있었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던 삶의 패턴을 이제는 사회전반적으로 돌아봐야할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
 ‘레임 덕(Lame Duck)‘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셀프 훈장’에 이어 ‘특별사면’ 등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나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생각한다. 1차 세계 대전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막대기 하나로 도토리를 심던 사람. 그가 심은 것은 나무가 아니라 희망이었음을, 생명이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주인공은 알게 된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을 아들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군대에 징집되어 끔찍한 전쟁을 겪었던 작가는 주인공의 친구(산림관리관)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나무에 대해 그 어느 누구보다 훨씬 많이 알아. 그는 행복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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