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억대 연봉' 시대

    지난해 한국내 100대 기업 중 절반 정도는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의 근로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낮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올라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매출 100대 비금융 상장사 중 48개사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1억원 클럽’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에는 연간 급여와 상여금,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 등이 포함돼 있다.

    ‘1억원 클럽’ 기업은 2019년 9개사에서 2020년 12개사, 2021년 23개사, 2022년 35개사로 매년 늘고 있다. 물가 상승과 함께 기업 실적이 좋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지난 2022년 화물운송 실적에 힘입어 당시까지 역대 최대 매출액인 13조412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2023년 연봉에서 처음으로 ‘1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이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직원 연봉도 높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은 모두 ‘1억원 클럽’에 들었다. 삼성전자가 1억2000만원, 현대차 1억1700만원, 기아 1억2700만원, LG전자 1억600만원 등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고연봉 기업으로 분류되는 정유·가스 등 에너지 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높았다. 에쓰오일(S-Oil) 1억7300만원, SK이노베이션 1억5200만원, E1 1억4800만원이었다. 에쓰오일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상장사 중 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 회사 직원 연봉은 2022년에 비해 186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54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2022년보다 2조원 넘게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매출 100대 기업 외에도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이 많이 나왔다. 에코프로그룹 중 하나로 2차전지 핵심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직원들이 평균 2억12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이 회사가 상장할 당시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영향이다. 또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1억700만원)와 펄어비스(1억90만원),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1억원) 등도 직원 연봉이 1억원이 넘었다. 대기업의 고연봉은 직장인들에겐 부러움을 사지만 중소기업과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임금 상승 추세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7달러의 76.3%에 그친다. 37개 회원국 중 33위다. 독일(88.0달러)이나 미국(87.6달러)의 56%에 불과하다. . 한국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정도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