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가족 파괴·족보 엉망”

    한국 당국이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성균관과 유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정부와 성균관 등에 따르면 법무부가 최근 친족간 혼인 금지 범위를 재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 혼인 금지 범위가 기존의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축소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위탁받은 성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소혜 교수는 근친혼 금지 범위 축소 제안에 대해 “5촌 이상의 혈족과 가족으로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아직 국민 대다수가 6촌까지를 가까운 친족으로 관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근친혼 금지 범위를 8촌 이내에서 6촌, 이후 4촌 이내로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점진적 축소 방안이 위헌 논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현행 민법은 ▲ 8촌 이내의 혈족은 결혼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809조 1항) ▲ 혼인한 경우 무효(815조 2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2년 10월 27일 ‘혼인한 경우 무효’라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친족 간 혼인 금지·무효와 관련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헌재는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경우 이를 일률적·획일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과잉 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헌재는 혼인 무효 규정을 계속 적용할 수 있는 시한을 올해 연말로 정하고 법 개정을 권고했고, 이번 연구 용역도 헌재 결정에 따라 정부가 법 개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현 교수는 연구 범위를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815조 2호로 한정하지 않고 근친혼 전반으로 확장한 뒤 친족 간 혼인 금지의 범위를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 용역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유림은 즉각 반발했다. 성균관 및 유도회총본부와 전국 유림은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근친혼의 기준을 급하게 변경하면 “인륜이 무너지고 족보가 엉망이 되고, 성씨 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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